삼성 이병철과 동업했던 효성 창업주…분리승계로 범효성家 형성
만우 조홍제 창업주, 삼성물산 나와 1962년 효성물산 설립
장남 조석래 효성, 차남 조양래 한국타이어, 삼남 조욱래 대전피혁…'경영권 분쟁' 때 우군 등판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재계 31위 효성그룹 2세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29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범효성가'(家)에 눈길이 쏠린다.
효성그룹은 만우(晩愚) 조홍제 창업주가 1962년 세운 효성물산이 시초다.
조홍제 창업주는 해방 후인 1948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공동 출자로 삼성물산공사(현 삼성물산)를 창립해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제일모직 부사장과 제일제당 사장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을 당대 최대 기업으로 키우는 데 일조했다.
조홍제 창업주는 1962년 이병철 창업주와 동업 관계를 끝내고 효성물산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을 잇따라 설립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해 1970년대 중반에는 효성그룹을 국내 5대 그룹으로 키워냈다.
효성그룹은 1984년 조홍제 창업주가 작고한 후 조석래·조양래·조욱래 3남에게 계열사들이 나뉘어 승계되면서 '범효성가'로 변천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을, 차남인 조양래 명예회장이 한국타이어(현 한국앤컴퍼니그룹)를, 삼남인 조욱래 회장이 대전피혁(현 DSDL)을 각각 물려받으면서 '범효성가'로 자리 잡았다.
세 그룹은 이후 40년간 별다른 왕래나 지분 교환 없이 조용한 경영을 이어갔지만,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000240)의 '형제의 난'을 계기로 범효성가가 함께 조명을 받았다.
당시 한국앤컴퍼니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이 외부 세력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이 달아올랐다. 이에 효성그룹은 한국앤컴퍼니를 물려받은 차남 조현범 회장을 위한 '백기사'로 등판했다. 조석래 명예회장과 장남 조현준 회장의 지분 매입 등으로 지원을 받은 조현범 회장은 무사히 조현식 고문과 사모펀드의 도전을 물리쳤다.
창업주의 삼남인 조욱래 DSDL 회장이 물려받았던 대전피혁은 과거 1970년대 중반까지 3000여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연 매출 1000억 원을 올리며 국내 피혁업계를 이끌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인도네시아 저임금 후발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결국 1997년 폐업 신고를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편 조석래 명예회장이 이끌었던 효성그룹은 창업주의 방식대로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 분리를 앞두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섬유 등 전통 사업 영역을, 조현상 부회장이 산업용 소재 부문을 이끌게 된다.
앞서 지주사 ㈜효성은 효성첨단소재(298050)를 중심으로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사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 승인 이후 7월부터 두 지주사 체제로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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