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이마트 주주에게 사과하고 밸류업 대책 내놔야"

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재임 당시 경영성과 부진…기업 차입금 축소 절실"
"이사회 참여 통해 책임 경영 실현하라"

신세계그룹 정용진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 News1 나주희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1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회장 승진에 대해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밸류업 대책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8일 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이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과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139480)와 신세계(004170) 지분을 18.6%씩 보유하고 있다. 어머니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 보유 중이고, 이번에 그룹 총괄회장을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인사와 관련해 "유통 시장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졌으며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부회장 재임 당시 정 회장의 경영성과는 저조하다"며 "이마트는 작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주요 계열사들이 적자 시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회장은 승진보다는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 및 기업밸류업 대책 내놓는 것이 옳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정 회장이 등기이사 선임을 피함으로써 이마트 주주들이 정용진 부회장 시절의 경영 성과에 대해 아무런 평가를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5년, 10년간 이마트 주가는 각각 59%, 7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각각 23%, 37%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여기에 이마트 금융부채는 14조 원으로, 시총(2조 원)을 훌쩍 웃돈다.

그동안 이마트는 최근 많은 인수합병(M&A)을 수조원의 차입금 조달로 진행했다. 미국 와이너리 등 본업과 무관한 딜도 많았고, 비싸게 인수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23년 회계연도에 1592억 원의 영업권을 상각했고, 신용평가사들은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심지어 이마트가 43% 지분 보유한 신세계건설(034300)은 시장과 채권단으로부터 차입금 축소 압력을 받아 골프장 3곳이 포함된 레저부문을 1820억 원에 매각하지만 인수 주체는 이마트 자회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이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 셈"이라며 "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데 정 회장과 경영진은 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마트는 PBR 0.17배, 신세계건설 0.21배, 신세계 0.38배로 모두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동참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마트가 창사 이후 첫 적자를 내는 등 유통 본업이 경영 위기"라면서도 "더 시급한 것은 와이너리, 골프장, 야구단, 스타벅스코리아 등 본업과 무관한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축소"라고 조언했다.

이어 "2024년 2월 이마트 주주총회소집공고에 의하면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계획 없다"면서도 "최근 회계연도에 보수지급금액 '톱3'는 등기이사가 아닌 패밀리 인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수를 보면 정용진 부회장 18억 원, 정재은 명예회장 15억 원, 이명희 회장 15억 원으로, 지난해 말 사퇴한 강희석 CEO 및 이사회 의장 10억 원보다 높다.

이 회장은 "정 회장이 그동안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라며 "정 회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이마트 거버넌스 기본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주주, 경영진, 이사회와 얼라인먼트(Alignment)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며 "아니면 키맨 리스크(Key man risk)가 이마트 주주들을 계속 괴롭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