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내주 첫 토요사장단 회의…조직 쇄신 속도 빨라진다

'그룹 2인자' 최창원發 혁신 본격화…계열사선 '임원 7시 출근' 지시도
사업 전반 점검해 중복사업 정리할듯…최태원 "민첩하게 움직여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SK그룹이 조직 쇄신에 고삐를 죈다. 사업재편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한편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 전략 수립에 나선다.

이같은 조직 쇄신 방안은 24년 만에 부활한 이른바 '토요사장단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설 연휴 이후인 다음주 토요일(17일)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전략글로벌위원회의'를 개최한다.

SK그룹은 과거에도 토요일마다 사장단 회의를 열었는데 지난 2000년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사장단 회의를 평일에 열었다. 그간에도 전략글로벌위원회의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 번 평일에 사장단이 모여 경영 전반을 논의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SK그룹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토요사장단 회의가 부활했다. SK그룹은 오는 17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주마다 토요일에 전략글로벌위원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주 4일 근무제 등 유연근무제 확대에 적극적인 SK그룹이 경영진에게 주말을 반납하도록 한 건 조직 전반에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해현경장'(解弦更張)이란 단어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고쳐 맨다는 뜻으로 최 회장이 그룹 내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SK그룹은 최 부회장이 수펙스 의장을 맡은 뒤 법인카드 예산을 삭감했다.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이석희 사장이 연봉 20%를 반납하고 임원들의 '오전 7시 출근'을 지시하기도 했다.

내주 열리는 첫 토요사장단 회의를 기점으로 조직 쇄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2인자로 올라선 최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중복 사업은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중복 사업으로는 각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8개의 전기차 충전 사업이 꼽힌다.

미 대선 등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도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주요 사업은 반도체·정유·석유화학·배터리 등으로 대외 변수에 민감하다. 장치산업 특성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기적인 대규모 투자와 혁신도 뒷받침돼야 한다. 시나리오별 경영 전략 수립이 필수적인 이유다. SK그룹은 올해 11월 예정된 미 대선에 따른 영향도 주시하고 있다.

최 회장도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지오폴리틱스(지정학)처럼 정치적 문제가 경제를 히트(타격)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많다보니 선거도 변수가 된 게 크다"며 "안 그래도 경기 변동이 심한 와중에 정치적 리스크까지 있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그때 그때 민첩하게 빨리 움직이는 것이 유일한 방향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