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현경장' 실행 나선 최창원 의장…SK가 움직이고 있다
'일하는 분위기' 조성 위해 토요사장단 회의 부활
이석희 SK온 대표 연봉 일부 반납…위기 의식 반영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SK(034730)그룹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 취임 두 달 만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경영진이 모이는 토요일 사장단 회의가 20년 만에 부활했고 계열사 대표는 흑자전환 전까지 연봉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언급한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다시 팽팽하게 고치자는 의미를 담은 '해현경장'(解弦更張) 경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5일 재개에 따르면 SK그룹은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전략글로벌위원회의'를 20년 만에 부활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따라 지난 2000년 7월부터 토요일에 열던 사장단 회의를 폐지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위기감이 팽배하자 변화를 택한 것이다. 임원들은 유연근무제도도 반납하기로 했다. 수펙스는 2주 동안 80시간의 근무시간을 채우면 격주 금요일마다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SK그룹의 변화는 수펙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최 의장의 의중에 따른 것이다. 최 의장은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이자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지난해 12월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 의장에 취임한 이후 일하는 분위기부터 조성하고 있다. 종로구 SK서린빌딩으로 오전 6시 전후에 출근해 업무 파악에 매진하고 있다.
최 의장의 등판은 SK그룹 위기론에서 비롯했다.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던 주력 계열사 하이닉스와 이노베이션이 부진에 빠졌다. 미래 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는 수년간 적자를 내고 있다. SK㈜의 무리한 투자도 계기가 됐다. 대표적으로 미국 플러그파워 지분 인수는 고가 투자 사례로 꼽힌다. SK그룹은 지난 2021년 16억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당시 주가는 주당 29달러였지만 불과 3년 후인 현재 4달러대에 그치고 있다.
재계에선 최 의장이 업무 파악 이후 SK그룹의 사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SK케미칼(285130)을 기존 섬유 사업 대신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 변화를 주도했다. SK가스(018670) 역시 LPG 중심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 LNG·LPG 복합화력발전소를 짓고 신사업을 시도 중이다.
최 회장은 이런 최 의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주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한상의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수펙스 의장의 경우 제가 혼자 결정해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각 회사에서 추대 형식으로 만들어진다"며 "프로페셔널 커리어와 이야기를 해봤을 때, 나이나 위치로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SK온도 최 의장의 부임 이후 경영 쇄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구원투수로 2년 만에 전격 복귀했다. 그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SK하이닉스 대표를 지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임원회의를 열고 흑자 전까지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또한 임원들에겐 오전 7시 출근을 권고했다. 하루 업무 계획을 꼼꼼하게 수립하고 임원 간 소통을 강화하라는 취지다.
SK온은 지난 2022년 영업손실 1조726억원을 내놨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적자는 5631억원이다.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대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럽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등으로 전기차 산업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서다.
최 회장 역시 그룹 내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느슨해진 것을 다시 고치거나 제도를 개혁하자는 '해현경장'이란 단어를 꺼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 자세로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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