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은 '서·공·육'…'철강' 주류에 '배터리' 권영수 도전

6명 후보 중 외부 3명 포함해 '내부 순혈주의' 상당 부분 탈색
권영수, 신사업 및 체질개선 적임 평가…"매출 80% 철강 이해도 필수적" 분석도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뉴스1 D.B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포스코홀딩스(005490)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31일 밤늦게 차기 회장 후보 6인의 명단을 발표하자 그룹 안팎에선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非)철강 출신인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물론이고, 경쟁사인 현대제철 출신 우유철 전 부회장까지 외부 인사가 절반을 채웠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역대 회장 9명 중 8명이 '포스코맨' 출신일 만큼 순혈주의가 견고하다. 2018년 차기 회장 선출 땐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5명의 최종 후보 전원이 내부 출신으로 꾸려져 '포피아'(포스코 마피아) 논란까지 불거졌었다. 포스코가 이차전지 등 신사업으로 확장을 꾀하면서 회장 인선에도 극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순혈주의 깬 포스코, 내부 3명 vs 외부 3명…공통점은 '서·공·육'

1일 업계에 따르면 후추위는 전날 회장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한 '파이널리스트'를 발표했다. 포스코 출신은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 원장,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3명이며, 외부 출신은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3명이다.

후추위가 지난해 내부 순혈주의 인사를 고집하다 홍역을 치른 KT 대표 선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 6인의 면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서·공·육'(서울대·공대·60대)으로 요약된다. 김동섭(서울대 조선공학), 김지용(서울대 금속공학), 우유철(서울대 조선공학), 장인화(서울대 조선해양공학) 4명이 서울대 공대 출신이다. 권영수 전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지만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아 공학도로 묶인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전중선 전 사장만 서울대·공학도에서 벗어나 있다.

후보자 전원이 60대 남성인 점도 공통점이다. 최연장자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1955년생(69)이고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이 1957년생(67) 동갑내기다. 젊은 축인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연구원장과 전중선 전 포스코 사장도 1962년생(62)이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 사옥 모습. 2024.1.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철강맨이냐, 외부인이냐"…그룹 수장 변화 꾀하는 후추위

대진 구도는 '내부' 대 '외부' 또는 '철강' 대 '비철강'으로 바라볼 수 있다. 포스코 출신인 김지용·장인화·전중선 후보와 현대제철 출신 우유철 후보는 전형적인 철강맨이다. 권영수·김동섭 후보는 비철강 분야인 이차전지와 경영, 첨단기술 전문가다. 전중선 후보는 주로 경영전략·재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 '재무·전략통'으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다.

후추위가 이례적으로 '비철강 출신 외부인'을 다수 발탁한 배경엔 포스코가 주력인 철강에서 이차전지·수소 등 신사업으로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세기 넘게 회사의 성장을 견인한 철강의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지만, 장기적으론 신사업 확장이 필연적인 만큼 회장직 인선부터 변화를 추구했다는 해석이다.

포스코의 철강·배터리 실적은 나란히 하락세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5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2% 감소했다. 철강 부문 자회사인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2조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줄었고, 배터리 소재 사업 부문인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4% 급감했다.

◇'스타 CEO' 권영수에 쏠리는 이목…'철강 문외한' 꼬리표는 약점

업계 관심은 외부 인사로 단연 주목을 받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으로 쏠린다. 권 전 부회장은 LG그룹에 44년간 몸담으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 다방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스타 CEO'로 불린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을 국내 최고의 글로벌 배터리 기업 반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포스코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 등을 통해 그룹의 체질 개선을 꾀하는 데 적임자인 셈이다.

다만 권영수 전 부회장이 '정권 후견설'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회장 내정설이 돌았는데, 이번 발표로 그의 회장직 도전이 공식화했다. 거명돼 온 포스코 내부 유력 인사들이 빠지고 하마평에서 보이지 않던 인물들이 대거 최종 명단에 포함된 점도 뒷말을 부를 소지가 있다.

권 전 부회장이 철강업에서 경력을 쌓지 않은 점도 약점이다. 해외 철강재 유입으로 업황이 둔화했더라도 재계 자산순위 5위인 그룹 매출의 80%가 철강에서 나오고, 국내외 사업 대부분은 철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철강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수적이란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후추위는 전날 6인 후보 명단을 공개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의 새 회장을 선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며 "심층 대면 면접을 통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포스코 그룹 수장에 가장 적합한 한 명을 선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후추위는 이들 6명을 대상으로 오는 7∼8일 양일에 걸쳐 심층 면접을 실시한다. 이어 8일 오후 후추위와 임시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해 공개한다. 회장 후보 선임안은 오는 3월 2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된다.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이 가능하고, 연임 횟수에 따로 제한은 없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