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안돼" 후추위의 버티기…포스코 회장 레이스 '폭풍' 온다
차기 회장 인선작업 중 '호화 출장' 논란 돌출…"해산 시그널" 해석
후추위 "끝까지 회장 선출 최선"…KT 때처럼 국민연금 '행동' 가능성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포스코홀딩스(005490) 차기 회장 선출을 둘러싼 혼란이 가열되고 있다. 회장 선출 작업을 총괄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인사들이 배임 혐의로 무더기 입건되면서 '후추위 해산설'이 급부상했지만, 후추위는 외압설까지 시사하며 항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리더십 교체까지 진통이 불가피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박희재 후추위원장은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해외 이사회 논란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추위 위원들과 함께 더욱 자중하며 낮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문은 '초호화 해외 출장' 논란이 불거진 당일 나왔다. 최정우 현 포스코홀딩스 회장을 비롯해 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수사를 받게 되면서 '후추위 해산설', '인선 원점 재검토설' 등이 힘을 받았지만, 현 후추위로 차기 회장 인선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찰은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사내·사외이사 12명 등 그룹 관계자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최 회장 등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해외 이사회에서 발생한 비용 6억8000만원 중 일부를 자회사가 나눠 부담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문제의 '캐다나 이사회'에는 차기 회장 인선을 맡은 사외이사 외에도 최 회장 등 잠재적 후보군인 사내이사들도 동석했다. 심판과 후보군이 함께한 해외 출장이 외유 의혹에 휩싸인 셈이어서 후추위원들의 '자격 논란'이 재점화했다. 일부 사외이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후추위를 해산하고 인선을 다시 하라는 시그널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후추위가 22명의 내·외부 후보군을 추린 후 17일 롱리스트(후보 명단)를 확정하기로 한 시점에 공교롭게도 사건이 돌출했다는 점에서, 정권의 의지가 담겼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행사에 줄곧 초청받지 못하는 등 불화설에 시달렸다. 포스코홀딩스 단일 최대주주(지분율 6.71%)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공개적으로 후추위 구성의 공정성을 비판했는데, 이는 최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하는 정부 의지를 사실상 대변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었다.
국민연금 비판 이후 후추위가 이달 초 내부 후보군 명단을 추리면서 최 회장을 제외함으로써 3연임 도전이 무산되자 논란은 잦아드는 듯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후추위 인사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정부가 반대하는 것은 후추위 그 자체"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이에 자연스럽게 후추위 해산설이 부상했는데, 이에 대한 후추위의 반응이 '물러나지 않겠다'로 나온 것이다. 나아가 박희재 후추위원장은 "포스코그룹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엄정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외압설까지 언급했다.
후추위가 일단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인선 절차는 한바탕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논란의 캐나다 이사회 외에도, 최 회장 등 사내·사외이사 16명이 지난 2019년 8월 베이징과 백두산 일대로 외유성 출장을 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후추위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추가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공개 표명해 인선 절차가 다시 진행됐던 사례는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 연임 결정에 대해서도 '절차적 투명성'을 문제 삼아 반대했고, 이사회가 이를 백지화한 뒤 원점에서 다시 재공모 절차를 밟아 새로 정한 대표에 대해서도 또 다시 반대가 이어진 끝에 현 김영섭 대표가 선출된 바 있다.
후추위의 버티기가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고, 사외이사 사임 및 후추위 해산 후 원점에서 새롭게 회장 선출 절차를 마련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결정을 내려야 할 이사회의 소집 계획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한편 후추위는 지난 10일 회장 후보군을 총 22명(내부 7명·외부 15명)으로 우선 추렸다. 내부 후보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외부 후보에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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