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뽑는 7인 전원 입건…'KT 악몽'에 포스코 차기구도 '위태'

'초호화 캐나다 이사회'로 경찰 수사…후추위 공정성 이어 부적격 논란 가열
후추위 구성 등 선임 절차 원점 재검토 가능성…포스코 "수사 성실히 임할 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2015.6.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진행하고 있는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인사들이 '외유성 해외 이사회' 의혹으로 경찰에 무더기 입건되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선출 예정인 차기 포스코 회장 인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정권과의 불화설에 시달렸던 최정우 현 회장이 논란 끝에 3연임 도전을 접게 되면서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본궤도에 오르나 싶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원점에서 다시 절차를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005490) 회장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 12명 등 그룹 관계자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최 회장 등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개최한 해외 이사회에서 발생한 비용 6억8000만원 중 일부를 자회사가 나눠 부담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 사외이사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문제의 캐나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입건됐는데, 이들 사외이사 7명은 모두 지난해 말 꾸려진 후추위 위원으로 선임돼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맡고 있다.

'초호화 해외여행' 의심을 받고 있는 캐나다 이사회에는 차기 회장 선출의 심판인 사외이사들 외에도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잠재적 후보군인 사내이사들이 동석했다. 이에 따라 불투명한 차기 회장 선출 방식 등으로 앞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후추위원들의 부적격 논란까지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은 모두 최정우 회장 재임 중 선임(6명) 또는 연임된 인사들이다. 지난해 말 포스코 이사회가 현직 회장의 이른바 '셀프 연임' 규정을 없애는 등 회장 선출 절차를 변경하면서 최 회장은 자연스럽게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고, 이들 사외이사들로 후추위를 구성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포스코홀딩스 단일 최대주주(지분율 6.71%)인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후추위 구성의 공정성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행사를 비롯한 정부 행사에 자산순위 5위의 대기업집단 총수가 줄곧 초청받지 못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노출해 온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에 대해 국민연금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왔었다.

이후 후추위가 내부 후보군 명단을 추리면서 최 회장을 제외해 논란은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내·외부 후보군을 추린 '롱리스트' 발표를 닷새 앞두고 후추위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돌출하면서 사태가 한층 복잡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후추위는 지난 10일 회장 후보군을 총 22명(내부 7명·외부 15명)으로 우선 추렸다. 내부 후보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사장 등이, 외부 후보에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추위는 17일 내·외부 롱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일각에선 '후추위 해산 후 인선 원점 재검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레이스에서 이탈했지만 이른바 '최정우 라인'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후추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에서 이번 경찰 수사를 두고 "정부에서 포스코 후추위에 보내는 시그널이 아니겠나"고 해석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기구(후추위)가 공정하고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언급, 단순히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가 아니라 후추위 구성 자체를 문제삼은 바 있다.

사실 후추위의 구성뿐 아니라 회장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지 않는 비공모 방식 자체도 문제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후보인선자문단을 신설해 공정성을 기한다고 하지만 말그대로 '자문' 역할일 뿐이다. 이때문에 업계에선 후추위 구성 등 회장 선임 절차가 추가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이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 연임 결정에 대해서도 '절차적 투명성'을 문제 삼아 반대했고, 이사회가 이를 백지화한 뒤 원점에서 다시 재공모 절차를 밟아 윤경림 당시 KT 사장을 후보로 올렸음에도 또다시 반대한 바 있다.

구 대표가 본인 영향력이 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곳에서 구 대표와 가까운 인사인 윤 사장을 차기 대표로 내세웠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결국 KT가 최대주주의 추천을 받은 새로운 사외이사를 꾸린 이후 국민연금은 현재 대표인 김영섭 후보자에 찬성했다.

같은 소유분산 기업인 KT 사태에서 보듯 결국 후추위를 다시 꾸리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업계 이목은 이사회로 향하고 있다. 후추위 구성을 비롯한 회장 선임 절차는 이사회 의결 사항이어서 이사회 소집 여부가 향후 흐름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아직 이사회 소집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