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노블레스 오블리주'…'KH유산' 남겼다[이재용 시대 1년]
이건희 선대회장 타계 후 대규모 사회환원…미술 컬렉션만 2.3만점 기부
의료 발전 위해 1조원도 기부…"소아암·희귀질환 치료 돕는다"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유족들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서거 후인 지난 2021년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환원에 나섰다.
생전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켜온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으며, 감염병 극복 지원과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했다. 이른바 'KH 유산'이다.
◇ 이건희 컬렉션 2만3천점…"미술 신드롬 만들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환원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 환원을 실행했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지난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문화유산 보존은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말했으며,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는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도 지난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까지 200만명 가까운 관람객들이 전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해외 미술관도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보 '인왕제색도'를 포함한 '이건희 컬렉션' 250여점은 2025년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스미스소니언은 미술관 2개층을 이용해 외부 소장품 기획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에는 미국 시카고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도 차례로 전시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을 일정 기간 맞교환해 전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류 전시가 성사될 경우 우리 국민들은 미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세계 3대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된다.
◇ '문화 공헌' 철학 계승한 JY
이재용 회장과 유족들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문화 공헌' 철학을 계승해 지금도 사회환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용인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瑞獸像, 상상속 상서로운 동물상)을 정부에 기증했다.
삼성은 또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더욱 잘 알릴 수 있도록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운영을 위해 200만 달러를 후원하기로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후원을 받아 지난 1998년 만들어졌으며, 한국실 오픈 25주년을 맞아 삼성이 추가 지원에 나섰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를 지원했고,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의 아시아 미술 전담 큐레이터 운영을 후원하는 등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선도했다.
◇ '인간 존중' 철학 이어받은 '의료 공헌'
이재용 회장과 유족들은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삼성가(家)의 '의료 공헌'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2026년 공사를 시작해 2028년 서울 중구에 완공될 예정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일류기업이 국가 중앙감염병 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 역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어린이가 없도록"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의 기부금으로 2021년 8월 발족한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은 올해 6월부터 전국의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검사를 무상 지원하는 정밀의료를 시작했다.
현재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은 △소아 희귀질환 코호트 연구 △희귀질환 치료 기술 개발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한 환자 관리방안 개발 등 총 73개 연구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유족의 기부금으로 지방 소아암·희귀질환 환자가 서울에 오지 않아도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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