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휘감은 '전장' DNA…'이재용 네트워크' 통했다
삼성전자·SDI·전기·디스플레이·하만, BMW·폭스바겐·아우디·페라리 등과 협력
이재용 "친구 많을수록 좋아"…페라리 회장 등 유력 인사들과 친분 적극 활용
- 강태우 기자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삼성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로봇, 5G·6G 등 통신사업에 이어 '전장'(자동차 부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 전 계열사가 전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페라리, 테슬라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그룹 차원의 전장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오디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면서 "껍데기 빼고 다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통신칩, 프로세서, 전력관리칩, 픽셀 LED 등을,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 삼성전기도 차량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을, 자회사인 하만은 카오디오와 디지털 콕핏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도 바탕이 돼야겠지만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지속적인 협업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재용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즈니스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은 미국, 일본 등에서 5G 통신장비 수주를 연이어 따내는 등 차세대 통신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전장 사업으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 OLED 기반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올해 초 차량용 솔루션 '레디 업그레이드'를 페라리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삼성SDI는 페라리 관계회사인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사업을 진행 중이며 미국 GM(제너럴모터스)도 합작 공장 건설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BMW, 볼보, 폭스바겐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11일 방한한 페라리 경영진들이 삼성SDI 배터리 사업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터리 관련 사업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페라리와 긴밀한 협력에는 이 회장과 존 엘칸 스텔란티스·페라리 회장의 각별한 친분이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다. 이 회장은 2010년 12월 방한한 엘칸 회장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5층 귀빈식당에 초대해 사업 논의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엘칸 회장의 제안으로 이 회장은 스텔란티스의 대주주인 '엑소르'(Exor)에서 2012~2017년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과 BMW는 2009년부터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협력 초기부터 이 회장은 BMW 경영진과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도에서 집세 회장과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은 글로벌 광폭 행보를 펼치며 업계 관계자들과 교류를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외 전장 관련 사업장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6월 이 회장은 11박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헝가리의 배터리 공장도 갔었고 BMW를 만났고, 저희가 산 전장 회사인 하만 카돈도 갔다"며 "자동차 업계가 급변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해 11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이어 지난달 중국에 있는 삼성전기 톈진 MLCC 생산 라인을 찾았다. 텐진 공장과 부산사업장은 정보기술(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거점이다. 지난 2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와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를 잇달아 방문해 전장용 제품과 기술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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