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 2주기…이재용 '뉴삼성' 구상 나오나

삼성, 별도 행사 없어…유족들 수원 선영서 추도식 진행
이재용, 미래 삼성 청사진 밝힐수도…연내 회장 취임할듯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삼성 임원진들에게 '신경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2020.10.25/뉴스1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서거한 지 2주기를 맞는다. 삼성은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한 추모'를 이어가기로 했다. 유족들과 일부 사장단만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취업 제한 등의 이유로 대외 활동을 자제했지만 올해는 복권 이후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면서 '뉴삼성'에 대한 구상을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건희 회장 2주기 공식 추모 행사를 열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계열사별로 사내 게시판에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일부 사장단은 당일 수원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주기 때에도 이 부회장과 홍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유족 위주로 수원 선영에서 추도 행사를 가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2주기를 계기로 '뉴삼성'에 대한 구상을 밝힐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 취업 제한 등에 따라 경영 활동이 막히면서 대외 활동을 자제했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이 부회장은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을 뿐 구체적 메시지는 없었다.

올해는 복권 이후 경영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을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SDS 잠실캠퍼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등을 찾으며 광폭 현장 경영 행보를 보였다.

또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사업현황을 점검했으며 한국을 방문한 빌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시동을 건 만큼 '뉴삼성'을 위한 청사진을 밝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운드리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등 미래 삼성을 위한 구체적 구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삼성은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IT에 5년 동안 450조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년 동안 투자한 330조원보다 120조원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메모리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바이오, AI, 6G를 또 다른 선도 사업으로 육성하는 등 경제 성장을 이끌어갈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는 미래 비전과 함께 조금 더 구체적인 구상안이 나올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등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내용이 유력해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었다. 8월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밝힌 바 있다.

이르면 이 부회장이 연내 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과 12월 사장단 정기 인사 시기 등에 맞춰 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춰 그룹 컨트롤 타워 재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시간문제'에 가깝다"면서도 "이건희 회장 2주기는 물론 다음 달 삼성전자 창립 기념일 등 잇달아 이벤트가 예고돼 있는 만큼 '뉴삼성'을 위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