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靑 찾은 트럼프에 "韓 선수 우승 비결은 정신력과 적응력"
대한상의 제주포럼 피날레 강연, "공동묘지 훈련은 오보"
- 류정민 기자
(제주=뉴스1) 류정민 기자 = 박세리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42)이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한국 여자 골프가 강한 이유는 하나는 정신력과 적응능력"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이날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마지막 강연에 나서 최근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환영행사에 초청된 박 감독은 만찬 전 환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5분간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 박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환담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연습량이 많기 때문이냐'라고 궁금해했다"고 소개했다.
박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연습량이 많지만, 이는 미국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고 했다.
또 박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프로골퍼인) 렉시 톰슨 선수하고 친하고 라운딩도 하는데 이 선수가 기량이 좋지만 그린에서 너무 못해서 아쉽고, 레슨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박인비 선수가 쇼트게임이 좋고, 박성현 선수도 잘하는데 한국 선수와 지금 미국 선수들이 뭐가 다른지, 왜 한국 선수들이 더 잘하고 미국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는지, 그런 궁금한 것을 많이 물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외국은 한국에 비해 여유롭고 풍족하지만 한국은 열악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하는 차이가 있는데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이런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기는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강연에서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만 아직 가장 강하고 잘하고 우승 선수가 많은 곳이 한국"이라며 "보통 그렇게 유지하기 힘든데 한국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강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응을 굉장히 빨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한국 선수들은 멘탈, 즉 정신적으로 굉장히 강하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것을 인정하더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같이 라운딩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날 포럼에서 '강한 정신력의 비결은 무엇인가'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저에 속한 여러 이야기 중 가장 잘못 전해진 것 중 하나가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 공동묘지에서 연습을 했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미국 언론에서는 가장 먼저 물어볼 정도로 궁금해하는데 과장돼서 나온 이야기로 이는 오보다"라고도 했다.
박 감독은 "제 고향이 대전으로 학생 때 유성컨트리클럽에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늦게까지 연습을 마치고 내려갈 때 보면 듬성듬성 뭐가(묘지가) 있었다"며 "밤에 솔직히 혼자 걸어가다 보면 무섭긴 한데, (자주) 지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 것인데, '연습을 일부러 공동묘지에 가서 했다'는 식으로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박세리는 "출전 선수들이 느낄 부담감, 무게감이 적지 않은데 저로 인해 선수들이 위로되고, 제게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여기 계신 분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리 감독의 강연을 마지막으로 17일부터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은 나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한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폐회사를 통해 "참석자가 역대 최대규모였고, 비록 산업자원부 장관이 일정 변경으로 참석을 못했지만 세 분의 장관이 참석하기로 하는 등 이번 포럼은 화제가 될 만한 일이 몇 가지 있었다"며 "내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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