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마존 무인기로 책 배달...한국에선 못하는 이유
[인터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고용시장 유연해져야"
"곳곳 기업 옥죄는 덩어리규제…손톱밑 가시만 뽑으면 되나?"
-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4.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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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이 올 상반기 뜨거운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장 토론까지 마련하며 규제개혁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 느끼는 규제개혁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손톱밑 가시'를 뽑고 정작 제거해야 할 덩어리규제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무총리실장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제대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원성 규제 1~2개 고쳐주는 걸로 생색을 낼게 아니라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노동, 환경, 교육 등의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6일 권태신 원장을 만나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들의 해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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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4.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아마존이 '드론' 날리는데 한국은?
권 원장은 아마존의 무인항공기 택배 실험을 한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의 규제시스템은 이러저러한 것은 해도 되고 나머지는 하지 못하게 하는 '포지티브 규제시스템' 구조다. 반면 미국 등은 안되는 것만 열거한 채 나머지는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이다.
아마존의 무인항공기 '드론' 택배가 좋은 예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부터 '드론'을 활용해 최대 16km 지점 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드론'으로 책이나 생활용품 등 2.3kg 이내 무게의 화물은 모두 운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드론'을 적용할 수 있을까. 삼성이 아마존과 같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물건을 드론으로 배송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서적 판매는 금지된다.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선 항공운송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드론 조정을 위한 전파 활용은 방송통신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하고, 소방청에서 안전에 대한 점검을 받아야 한다. 더욱이 노동조합에서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불매운동이 일어날 일이다.
권태신 원장은 "전세계는 융복합 산업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규제에 막혀 아무것도 못하는 지경"이라며 "구글이 자동차를 만들고 아마존은 비행기 회사가 돼 가고 있는 데 우리나라 기업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강조했다.
◇규제개혁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박근혜 정부가 최근 진행한 규제개혁을 위한 끝장토론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덩어리규제는 그대로 두고 민원성 일부 규제만 검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원장은 "최근 대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투자를 안한다고 하는데 기업은 투자를 원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투자할 곳만 있으면 언제든지 한다"며 "투자하기 힘든 덩어리 규제들이 많아 투자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 원장은 수도권 공장신축 제한, 지주회사의 종손회사 100% 투자 규정, 지식기반서비스 융복합화 등이 대표적인 '덩어리규제'로 꼽았다. 환경부에서 주도한 화학물 평가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 대표적인 덩어리 규제다.
권 원장은 "하이닉스반도체가 이천에 공장을 증설하려고 할 때 환경오염을 문제로 증설을 불허했다"며 "폐수처리 기술이 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옛 기준으로 불허한 대표적인 사례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손회사에 대한 100% 지분 투자 규정이나 IT서비스 기반 지식사업들도 동반성장 업종이나 순환출자 규제 등과 맞물려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구글이나 애플 등 몇배나 큰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결국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금융경쟁력 꼴찌…원인은 '그림자 규제'탓
권 원장은 이른바 '그림자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규 등을 통한 규제는 각종 안전장치를 통해 점검도 하고 검증한다. 심각한 것은 각종 부령 및 예규, 또 창구 지도란 명목으로 암암리에 행해지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다.
권 원장은 "한국 금융 산업은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부문 중 하나"라며 "금융 당국이 워낙 규제를 심하게 하고 그림자 규제로 옥죄고 있어 금융회사들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산업의 경우 특성상 한번 만나는 감독기관을 지속적으로 만나야 하고 관리를 받아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구두로 지시를 내리면서 근거도 남기지 않는다. 해당 지시를 어길 경우 다음번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협조를 받지 못해 금융 회사만 골탕을 먹기 쉽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많다. 지방분권화란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이 많이 이양됐다. 지자체는 혈연과 지연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공무원이 많아 그림자 규제를 통해 규제가 더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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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4.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노사갈등 이대로 가다간 '울산도 디트로이트 꼴난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약 120억달러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나간 투자는 400억달러에 달했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투자안하고 우리 기업은 외국으로 나가려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권 원장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경직된 노동시장'을 들었다.
권 원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갈등을 두고 울산이 디트로이트 꼴이 나지 않을까하고 우려했다는 대목도 소개했다. 권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경제정책비서관을 맡았다.
권 원장은 "노동조합의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노조에 대해 심각해 했다"며 "그만큼 우리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적으로 말해 임금은 너무 높고 생산성은 너무 낮다"며 "고용 시장을 유연화해야 고용이 늘고 투자가 원활해지는 데 우리 노동시장은 너무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주영한국대사관에 근무하며 재경관을 역임했다. 권 원장은 "외환위기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이 붕괴돼, 당시 런던 메릴린치는 5000명의 인력을 해고했다"며 "반면 독일이나 프랑스는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인력을 해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경기가 살아난 뒤 영국에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았다"며 "경직된 노동시장은 현재 노동조합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겐 좋지만 신규 일자리, 청년 일자리엔 도움이 되지 않고 기업들도 투자를 안하려는 원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권 원장은 프랑스를 가장 경쟁력이 없는 유럽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그 이유를 경직된 노동시장 탓이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하던 시절, 현지 운전수를 채용했는데 이 운전수가 개인 문제를 이유로 종종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다. 이 운전수를 해고하려고 해도 복잡한 규정 탓에 해고가 힘들었다. 아예 이 직원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운전수를 채용했다. 그 뒤론 프랑스 인을 채용하는 걸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프랑스는 경제가 좋을 때도 실업률이 8~10%에 달하고 청년 실업률은 25%에 달한다"며 "파리 변방의 도시에 나가면 평일에도 수많은 청년들이 길거리에 담배피며 나 앉아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국이나 일본 등 노조 문제가 심각했던 국가들은 이미 노조 문제를 해결해 예전과 같은 춘투나 극렬한 투쟁을 볼 수 없다"며 "유독 우리나라만 벌써 30년째 노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사 갈등의 피해는 정규직 노동조합, 특히 금속노조 등 일부 산별 노조에 가입돼 있는 노조원들만 이익을 보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피해를 보는 구조다"며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서비스업이 피해를 보고 결국 고용이 줄어들어 청년 실업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년창업 만들자면서 고액연봉 깎아내려
연봉공개 이슈에 대해선 청년 창업 문제를 연결해 해법을 제시했다.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 고액연봉자에 대한 연봉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일도 하지 않은 기업 오너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 원장은 "창업을 하고 기업을 이끄는 오너들은 그만큼 위험을 감내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제대로된 급여를 주지 않으면 그만큼 위험을 감내하며 투자에 나서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 버그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을 예로 들었다. 주지의 사실처럼 이들은 수천억원의 배당이나 급여를 받는다. 권 원장은 "영국의 경우 최고경영자(CEO)와 근로자의 월급 차이가 50~60배에 달하고 미국은 150배 수준"이라며 "사업가들에게 이처럼 거액의 보상을 해줘야 새로 창업을 하고 목숨을 걸고 기업을 여는 이들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잘 나가는 사람과 능력있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리려는 평등주의가 만연해 있다"며 "평등주의는 오히려 사회경쟁력을 깎아내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때 영국은 NHS란 시스템을 통해 전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며 "이후 의사들은 모두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건너가 영국에 남아있는 의사들은 제3세계에서 온 의사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 벤처기업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창업 후 성공하면 거액의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게 하면 누가 한국에서 창업을 하겠는가"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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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4.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가업 상속…매각시 세금 걷으면 될일
재계의 이슈 중 하나는 '가업 상속'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하지만 높은 상속세와 부의 대물림이란 비판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중 상당수도 상속문제로 다양한 편법을 써야 한다.
권 원장은 "전문경영인과 소유 경영인 중 어떤 제도가 더 좋은가에 대해선 경제학에서 많은 논쟁이 있다"며 "장기적인 위험투자는 소유 경영인이 아니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경영인은 단기적인 성과만 바라는 게 기본적인 속성이다"며 "20년, 30년이 이어지는 기술집적 사업은 대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문제에 대해 권 원장은 독일식 상속 규정을 준용할 것을 제안했다. 가업 상속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고 기술력을 키우면 상속세를 면제해주고 대신 기업을 팔거나 업종을 전환할 때 상속세를 다시 매기는 형식이다.
권 원장은 "동양식 유교사회에선 밤낮으로 사업을 일군 뒤 이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게 당연하다"며 "소유경영인의 장점을 통해 가업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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