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전기차' 소비자 90% 안 산다는데…車업계 긴장하는 이유는
국내 전기차, 현대·기아·테슬라 '3강'…"中 전기차 불신" 소비자 반감 여전
현대차 부사장 "中, 충분한 기술인력 갖춰"…BYD, 화웨이 자율주행 탑재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국내 승용 시장에 공식 진출했지만, 소비자들 시각은 반신반의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 업체들이 가진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을 인정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자동차(005380), 기아(000270)와 미국 테슬라의 '3강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각 사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30.9% △기아 28.5% △테슬라 20.3%로 집계됐다.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79.7%였고, 2023년과 2022년에도 각각 79.1%, 82.1%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BYD가 국내 승용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최근 신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 정 모 씨(30)는 "전기차를 산다면 테슬라나 현대차를 구매할 것 같다"며 "아직 중국산 제품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모 씨(34)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자동차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며 "상용이라면 모를까 승용차는 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 인사이트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차 구입 희망자 10명 중 9명은 배터리 문제와 품질 등을 이유로 중국 브랜드 전기차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5명 중 2명은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중국 브랜드 전기차는 절대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3년 BYD가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극복하지 못해 지난 2년간 판매량이 3000여 대에 불과했다며 국내에서도 초기 성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중국 전기차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김창환 현대차 부사장은 13일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중국 전기차·배터리 산업과 관련해 "중국이 (우리를) 얼마나 빨리 쫓아올지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라 이제는 중국이 (우리로부터) 얼마나 빨리 멀어질지 걱정해야 할 때"라며 "이들은 규모의 경제와 충분한 기술 인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는 자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을 마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이제는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중심차(SDV)를 무기로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진수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은 15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왕촨푸 BYD 회장이 '전반전은 전동화고 후반전은 스마트화'라는 말을 2018년에 한 적이 있다"며 최근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화웨이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 간에 활발하게 이뤄지는 소프트웨어(SW) 기술 제휴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BYD 고성능 브랜드 팡청바오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레오파드8'에는 BYD 사상 처음으로 화웨이의 자율주행시스템(ADS)이 탑재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현지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를 매개로 사용자 경험을 증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전기차가 그랬듯, 언제 소프트웨어중심차가 대중화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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