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장기화 조짐에 타이어 3사 긴장…"고무 사와야 하는데"

타이어, 고환율 수혜업종이지만…수입 원재료 많아 장기화시 실적 영향
천연고무 가격 하반기 오름세 계속…연말 대목에 소비심리 위축 우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67p(1.02%) 상승한 2,442.51로 코스닥 지수는 14.33p(2.17%) 상승한 675.92로 장을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5.10원 오른 143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4.12.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원화 가치가 지속 하락(달러·원 환율 상승)하자 국내 타이어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타이어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노리고 있는 국내 타이어 3사는 남은 4분기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금호타이어(073240)·넥센타이어(002350) 등 타이어 3사는 환율 추이를 매일 모니터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을 보며 원재료 구매 적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타이어는 보통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지난 3분기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타이어 90%, 금호타이어 84%, 넥센타이어 91%로 내수를 압도한다.

문제는 타이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비용이다. 천연고무, 카본 블랙 등 주요 원재료를 동남아 등 해외에서 들여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축 물량이 있어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고환율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만큼 생산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 감소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타이어 3사는 해외 생산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지만 원재료는 국내 본사에서 일괄 계약하는 형태라 해외 공장도 원화 가치 하락 여파를 피할 수 없다. 고무 가격 자체도 하반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국제 선물계약 시장에서 천연고무는 지난 1월 대비 34% 오른 ㎏당 평균 205.20센트에 거래됐다.

환율 상승과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점도 타이어 업계가 우려하는 요인이다. 겨울용 타이어 교체 수요로 4분기는 한 해 매출을 견인하는 연중 최대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대설에도 불구하고 이달 판매량 증가세가 예년 대비 주춤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타이어 3사 모두 지난해 매출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세웠다. 지난 1~3분기 실적도 준수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3사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재룟값 인상 등을 이유로 각 사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전년 동기 대비 1~9% 낮춰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별 원재료 시장 상황에 맞춰 구매처를 다변화하는 형태로 환율 및 원재룟값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림벌채 천연고무를 사용한 제품의 역내 수입을 금지하는 유럽연합 산림전용규정(EUDR) 시행이 내년 12월로 1년 연기된 만큼 내년 상반기 천연고무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