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멕시코 관세에 GM·포드 죽는 원리…"현대차 공동대응을"
멕시코·캐나다 수입품 25% 관세 시행시…GM·포드·스텔란티스 주당순이익 최대 50%↓
BYD 우회수출 가능성에 트럼프 '으름장'…현대차그룹 몬테레이 공장도 영향권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월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자 미국 자동차 업계가 유탄을 맞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미국 우회 수출을 막겠다는 복안이지만 피해는 현지 공장을 가진 자국 자동차 업계에 집중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 관세 부과 예고로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3사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할 위기에 놓였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GM과 스텔란티스는 주당순이익(EPS)이 50%, 포드는 2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3개 사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미국 수출용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후속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조건부 무관세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을 생산하는데, 특히 GM과 스텔란티스의 경우 미국 판매 트럭의 55%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관세 혜택에 인건비까지 저렴한 멕시코에 각종 완성차 생산이 집중됐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울프 리서치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약 300만대, 캐나다에서는 약 100만대의 완성차가 매년 미국으로 수입된다. 이 외에도 양국에서 매년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부품은 970억 달러(약 136조 원)에 달한다.
이번 조치에는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10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유세에서 멕시코산 중국 전기차의 미국 우회 수출 가능성을 거론하며 최대 10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예고했던 대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함에 따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멕시코를 우회하려는 중이다. 지난해 미국 테슬라를 누르고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중국 BYD는 멕시코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과달라하라에 지난 3월 실사단을 파견했으며 현재는 공장 후보지 선정 마무리 단계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의 실적 악화는 물론 미 국내 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울프 리서치는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 관세 25%로 미국 자동차 가격이 평균 3000달러(약 420만 원) 이상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지난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정부의 물가 실책을 이유로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던 유권자 중 일부가 또다시 물가 앙등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멕시코에 완성차·부품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도 관세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아(000270)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K3와 K4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EV3도 수출할 예정이다. 현대트랜시스와 현대모비스(012330) 역시 각각 차량용 변속기와 자동차 부품을 몬테레이에서 생산 중이다.
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멕시코·캐나다산 수입 관세는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깨는 조치인 데다 미국 소비자들이 겪게 될 물가 충격도 상당해 시행되기 쉽지 않다"며 "시행 시 오랜 기간 멕시코에 투자를 해온 미국 자동차 업체가 제일 큰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은 멕시코에 투자한 미국·유럽·일본 업체들과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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