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부와도 싸우는 현대트랜시스 노조…잔업·특근 감시 ‘규찰대’ 조직

규찰대로 공포 분위기 조성 반발…한남동 주택가 시위도 계속

2일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현대트랜시스 노조. (현대트랜시스 제공)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현대트랜시스 노동조합 지도부가 도심 시위를 강행하는 데 이어 이번에는 단속반을 편성해 조합원들이 잔업과 특근을 못 하도록 감시하면서 조합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 지도부는 단속반인 '규찰대'(糾察隊)를 조직해 조합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하지 못하도록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직원들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의 이같은 행보에 공포감을 호소하는 조합원들도 늘고 있다. 특히 강압적인 잔업 및 특근 거부 방침을 두고 지도부의 '자존심 지키기'란 비판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성과금으로 보상받기는 포기했으니, 제발 잔업, 특근 좀 하게 해달라", "주말에도 규찰대가 나와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불안하다" 등 노조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다수 게재돼 있다.

트랜시스 노조는 한 달 이상 벌였던 파업을 종료하고 지난달 11일부터 정상 출근 중이지만, 잔업과 특근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 잔업 및 특근 불가로 인한 임금 손실은 통상 월 급여의 약 20~30% 수준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진행된 파업 당시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이미 1인당 약 500만~600만 원의 임금 손실을 본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업을 철회한 상황에서 잔업과 특근 거부가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근로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이더라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현장에 복귀해 근로할 권리가 있음에도 단속반 편성 및 위압적 분위기 조성으로 이를 억압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 지도부가 파업 철회 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전략 등 별다른 대책 마련 없이 주택가 민폐 시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트랜시스 노조는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이른 오전부터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게릴라성 시위를 강행했다.

10월 26일 시작된 주택가 민폐 시위는 이번이 13번째다. 지난달 18일부터 주 2회에서 3회로 횟수가 늘었다. 이에 대해 블라인드에는 "주거지 가서 그딴짓이 명분이 있겠나", "시위할 시간에 협상 전략에 대해 고민해라"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및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달 11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경영진 등 전 임원들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하는 등 노조에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금속노조 트랜시스 서산지회와 지난 6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노조가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 원으로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 원의 2배 규모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