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뚫은 中전기차·흔들리는 일본車…현대차도 뛰어들었다
현대차 6800억 투자 말레이서 스타리아 생산…태국에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립
日 장악한 동남아, 中 침투에 지각변동…웨다기아처럼 현대차 수출거점 역할도 기대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험지였던 동남아시아에서 차량 생산을 늘리고 있다. 생산 거점 다변화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유지하는 한편 전동화 전환에 발맞춰 현지 점유율까지 제고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는 현대차의 새로운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5년간 말레이시아에 총 21억5900만 링깃(약 68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현지 파트너사 이노콤의 생산 시설을 활용해 내년 중반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를 위탁생산하고 향후 라인업을 현대차·제네시스의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및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8월 10억 바트(약 400억 원)를 들여 태국에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태국투자청(BOI)으로부터 승인받았다. 현지 파트너사인 톤부리 오토가 수도 방콕 인근에 건립되는 공장에서 2026년부터 현대차의 전기차를 위탁 생산하는 형태다. 당시 태국 정부는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부품의 3분의 1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하기로 했다며 산업연쇄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현대차의 신차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오랜 기간 현지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다. 말레이시아에선 지난해 현지 업체 페로두아와 프로톤이 판매 순위 1·2위로 점유율 60.2%를 기록했고, 3~5위의 도요타·혼다·미쓰비시는 점유율 42.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태국에선 도요타·이스즈·혼다가 나란히 판매 순위 1~3위로 점유율 66.1%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양국에서 생산을 확대하기로 한 건 전동화 전환을 계기로 동남아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의 시장 침투가 매섭다. 지난해 BYD는 태국 신차 시장에서 판매 순위 6위, 말레이시아에선 14위에 올랐는데 모두 현지 진출 1년도 안 돼 이뤄낸 성과다. 반면 전기차를 시기상조로 판단했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들어 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에 대비한 현대차는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을 통한 판매 확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현대차는 2022년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 공장(HMMI)을 준공한 뒤 13위(2021년)였던 인도네시아 판매 순위가 2년 만에 6위(2023년)로 상승했으며 특히 전기차 부문에선 점유율 44.3%로 1위에 등극했다. HMMI에서 만들어진 아이오닉 5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며 모델 순위 1위에 오른 결과다.
글로벌 생산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를 결정한 요인이다. 현대차는 말레이시아 위탁 생산분의 30%가량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할 예정이다. 해외 공장의 수출 기지화는 기아(000270)가 중국에서 활용한 전략이기도 하다. 기아의 중국 합작법인 웨다기아는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월간 판매량(수출물량 포함) 2만대를 넘기면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20만대 판매를 회복할 전망이다.
웨다기아의 올해 1~10월 판매량은 19만9876대이며 이 기간 소매 판매량(17만2675대)의 37.4%는 중국 현지에서 팔렸고, 나머지는 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국에 수출됐다. 기아는 지난 4월 인베스터 데이에서 2년을 준비해 신흥 시장용 차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며 중국 공장을 통한 신흥 시장 판매를 2023년 8만대에서 2027년까지 25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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