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대응 'EREV' 전쟁…현대차 그림에 현대모비스 가세
현대모비스 "26년 현대차 북미 EREV 양산"… 현대차 완충시 900㎞ 주행 목표
배터리업계 전기차 판도변화 예의주시…EREV 선두주자 中과 경쟁은 과제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가 전기차(BEV)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을 돌파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005380)가 던진 EREV 승부수에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012330)도 동참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이규석 대표이사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REV와 관련해 "당사가 이미 보유한 전기구동모터 시스템 개발 역량을 활용해 우수한 성능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며 "현재 현대차의 북미 SUV 2개 차종을 수주해 2026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모터와 배터리 라인업을 최대한 활용해 추가적인 투자는 최소화하면서 EREV에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며 부품 공유화를 통해 원가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 경쟁사 대비 우수한 출력밀도를 가지는 모터 기술을 접목해 차량 전비를 개선함과 동시에 모터구조 단순화로 차량 경량화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8월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현지 시장에서 본격 판매하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EREV 첫 모델은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D급(중형) SUV 차종으로 북미 시장에 투입해 연간 8만 대 이상 판매하고, 가격이 저렴한 C급(준중형)은 중국에서 출시해 연간 3만 대 이상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EREV에 주목한 건 하이브리드차(HE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전기차 시장의 큰 틀 안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REV는 하이브리드차와 같이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가 두 가지 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EREV는 배터리와 연결된 전기모터로만 구동되는 전기차다.
이때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일종의 발전기 역할만을 수행한다. 늘어난 주행거리 덕분에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활용성이 높다. 따라서 충전소 부족 등을 이유로 전기차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들에게는 EREV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1회 완충 시 9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EREV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는 EREV의 출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공장 평균 가동률은 일제히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59.8%로 전년 동기(72.9%)보다 13.1%포인트(p) 줄었고, 삼성SDI(006405)는 전년 동기(77%)보다 9%p 감소한 68%다. SK온은 46.2%로 전년 동기(94.9%)에 비해 반토막 났다.
SK온은 지난 4일 콘퍼런스콜에서 "당사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벤더(공급 업체) 중 하나로 이번 EREV형 배터리 대응을 적극 추진 중"이라며 "EREV는 (전기차 전환의) 과도기적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순수 전기차 수요보다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EREV에는 배터리 용량이 약 30% 축소된 저렴한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완성차 업계는 원가 절감 효과를 보지만 배터리 업계로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럼에도 원가 절감을 통해 전체 배터리 탑재 차량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면 얼어붙은 배터리 업계에 훈풍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의 EREV 시장 안착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관건으로 꼽힌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에선 전년 대비 173% 증가한 62만 3000대의 EREV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EREV 판매 대수(70만 5000대)의 98%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9월 중국에서 팔린 EREV만 11만 4000대로 올해 중국 내 EREV 판매량은 1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선두주자는 지난해 37만 6000대를 판매한 중국 EREV 전문업체 리오토다. 2위와 3위는 각각 니오와 샤오펑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EREV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10월 폭스바겐 산하 스카우트는 2027년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전기 SUV '트래블러'와 픽업트럭 '테라'에 EREV 옵션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 산하 램은 픽업트럭 '1500 램차저'를, 포드는 상업용 밴 '트랜짓'을 각각 내년 상반기와 2026년에 EREV 버전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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