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美리비안에 1조 추가 투자…'트럼프 대응' 움직인다
8.1조 들여 美에 합작법인 설립…2027년 공동개발 전기차 양산
3Q 영업익 42% 급감, 현대차에 뒤져…유럽·中시장 부진에 美시장 겨냥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약 1조 원을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라잡혔을 정도로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관세 폭탄'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현지 투자를 확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12일(현지시간) 총 58억 달러(약 8조 1000억 원)를 리비안에 투자해 전기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6월 50억 달러(약 7조 원)를 리비안에 투자해 전기차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8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얹어 아예 '리비안 폭스바겐 테크놀로지'란 합작법인을 만들겠다는 게 양사의 이번 구상이다.
합작법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들어설 예정으로, 2027년 합작법인 기술이 들어간 첫 번째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 팔로알토에서 일부 언론에 공개된 시제품은 리비안의 전기차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 폭스바겐 테스트 차량이 통합된 형태였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합작법인이 "처음엔 전기차 소프트웨어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지만, 배터리 모듈 기술 개발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우디·포르쉐 등 폭스바겐그룹의 다양한 차량에 합작법인의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거액의 투자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현재 폭스바겐그룹의 주머니 사정은 좋지 못하다.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785억 유로(약 115조 원)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 급감해 28억 6000만 유로(약 4조 2000억 원)에 그쳐 현대차그룹(6조 4622억 원)에 글로벌 2위 자리를 내줬다. 영업이익률은 4년 만에 가장 낮은 3.6%로 영업이익 2위 현대차그룹(9.1%)과 1위 도요타그룹(10.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안방인 유럽 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요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판매 의존도가 두 번째로 높은 중국 시장이 BYD 등 현지 전기차 업체 위주로 빠르게 재편된 게 타격이 컸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폭스바겐그룹은 창립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최소 세 곳을 폐쇄하고 직원 14만 명의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미국 투자를 강행한 건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 10%의 보편 관세를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트럼프는 지난달 유럽에 대해선 "그들은 자동차도, 농산물도 사 가지 않는다"며 '소중국(mini-China)'이라고 날을 세웠다.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 상위 3개 지역은 △유럽(377만 대) △중국 (323만 대) △미국(71만 대) 순이었다. 유럽·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려면 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NYT는 폭스바겐그룹이 현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짓고 있는 픽업트럭 브랜드 '스카우트' 공장에서 리비안과 공동으로 개발한 전기차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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