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새벽배송' BMW코리아 부품물류센터…화재예방기술 '탄성'

안성 부품물류센터, 축구장 8개 건물면적…27년 추가건립 해외 '최대규모' 탈환
신규 창고 10% '전기차 배터리' 전용…AI가 부품수요 예측해 센터 자동공급

11일 BMW그룹 코리아의 안성 부품물류센터(RDC)에서 지게차가 부품을 운반하는 모습(BMW그룹 코리아 제공). 2024.11.11.

(안성=뉴스1) 김성식 기자 = "국내 업계에서 유일하게 하루 세 번, 새벽에도 자동차 부품을 배송합니다. 마켓컬리처럼요. 일 년 배송거리로 환산하면 193만㎞. 지구 50바퀴를 도는 거리입니다."

11일 경기 안성에 자리한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RDC). BMW그룹 코리아 애프터세일즈 총괄 정상천 본부장은 이날 센터를 방문한 취재진에게 "빠른 부품 배송으로 정비 시간을 줄여 고객 안전에 기여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지난 2017년 BMW그룹 코리아가 약 1300억 원을 투자해 축구장 8개 면적에 달하는 약 5만7000㎡(약 1만7300평) 규모로 들어섰다. 국내 수입차 부품물류센터 중 최대 규모인 것은 물론 BMW그룹 해외법인 중에서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오는 2027년까지 650억 원을 들여 약 3만1000㎡(약 1만평)의 건물 1동을 추가로 건립하면, 전체 건물면적만 축구장 12개가 들어가는 총 8만8000㎡(약 2만6700평)가 된다. 이로써 지난해 완공된 일본 부품물류센터(6만7000㎡)를 제치고 BMW그룹 해외법인 1위 규모를 탈환할 전망이다.

11일 BMW그룹 코리아의 안성 부품물류센터(RDC)에 부품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 대형 실링팬(천장형 선풍기)가 설치돼 있다. 2024.11.11.

80년대 생산 부품까지 6만종 보유…"獨본사가 韓고객 중요성 인식"

정 본부장은 "한국 경제 규모나 차량 판매량을 보면 한국의 부품물류센터가 제일 클 수 없다"며 "독일 본사가 한국 고객의 중요성을 인식해 추가 투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BMW그룹코리아는 1996년 인천, 2006년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등 한국 시장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6만여종의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내부를 안내한 BMW그룹 코리아 RDC부문 진석호 매니저는 "80년대 생산된 E바디 부품까지 재고가 있다"고 말했다. 입지 여건도 좋은 편이다. 인천 공항에서 2시간, 평택항에서 1시간 거리인 데다 서해안, 영동 등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접해있다.

딜러사에서 오전에 발주하면 당일 오후 5시까지 전국 102개 딜러사 어디든 배송이 완료된다. 오후 3시 이전 발주 부품은 익일 아침 7시까지 딜러사에 도착한다. 여기에 더해 전체 고객의 60%가 거주하는 수도권 한정, 오후 1시에 주문을 하더라도 당일 오후 5시까지 부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7년 두 번째 물류창고가 건립되면 보유 부품은 약 8만6000종이 된다. 특히 전동화 전환에 발맞춰 신규 건물의 10분의 1은 전기차 배터리 전용 창고로 사용된다. 진 매니저는 "안성 센터가 2017년 완공됐을 때 부지 확장을 염두에 두고 토지허가를 받아놨다"며 "전기차 배터리는 같은 건물에서 보관하면 추가 화재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어 별도로 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종류의 부품을 비축해도 재고 관리에 문제가 없는 건 인공지능(AI) 기반의 수요 예측 시스템인 'SRD(Supply & Replenishment for Dealership)' 덕분이다. SRD는 전국 83개 BMW그룹 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의 부품 수요량을 계절별, 시기별로 분석해 부품을 자동으로 공급한다.

11일 BMW그룹 코리아의 안성 부품물류센터(RDC)의 철재 선반(랙) 사이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모습(BMW그룹 코리아 제공). 2024.11.11.

1000도 고열 견디는 '미네랄울'…'핫박스'로 전기차배터리 화재 차단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건립 단계에서부터 화재 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창고동에는 온도에 민감한 '조기작동형(ESFR) 습식 스프링클러' 헤드 1만3000개가 설치됐다. 정 본부장은 "국내 스프링클러 상당수가 평상시 물이 비어 있는 건식이지만, 우리는 항상 물이 차 있는 습식을 사용했다"며 "가연성 물질이 보관된 창고는 스프링클러를 랙(철재 선반) 안에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벽체 패널은 화염 속에서도 높은 강성과 안전성을 자랑하는 불연성 소재인 '미네랄울'을 사용했다. 미네랄울은 구조물이 녹아내리는 온도인 융해점이 1000도 이상으로 700도인 글래스울보다 300도가량 높다. 빠른 화재 감지를 위해 현행법상 38m까지 허용된 물류센터 층고를 12.2m로 줄였고 화재 발생 시 전체 시설에 2시간 동안 분사 가능한 900톤의 소화수를 상시 저장해 놓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센터 곳곳에 배치된 '핫박스'로 추가 화재를 차단한다. 진 매니저는 "외부 충격이 가해진 배터리가 발화 조짐을 보일 경우 방염포로 덮고 이를 대형 핫박스에 넣는 훈련 매뉴얼이 있다"며 "소방이 도착하기 전까지 다른 배터리에 불이 옮겨붙는 것을 방지한다"고 말했다. 대형 핫박스 1대 가격은 약 5000만 원이다.

이러한 화재 예방 노력으로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세계 최대 재물 보험사 'FM'의 방화 규정 중 최상위 단계 인증을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 이 외에도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부품 포장 상태가 습기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50개의 냉난방 장치와 17개의 대형 실링팬(천장형 선풍기)을 갖추고 있다. 진 매니저는 "온도는 20도 내외 습도는 50%에서 70% 정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