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만 준다면이야"…'택갈이' 논란에도 中 손잡는 업체들
KGM, 中 체리 기반 하이브리드 개발 나서…르노코리아 그랑콜레오스도 中 지리 플랫폼 공유
국내 진출 준비하는 중국 승용차…우회 진출로 기술력 선보이며 '싸구려' 이미지 개선 전략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고 하이브리드차를 만든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을 위해 하이브리드차가 필요한 중견 업체와 한국 시장에 발을 담그고 싶은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G모빌리티(KGM)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T2X(플러그인하이브리드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KGM은 체리자동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준대형 및 중형 SUV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체리자동차는 중국 내 자동차 수출 1위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188만대를 판매했다. 지난 6월 인도 타타모터스의 자회사인 재규어랜드로버(JLR)도 체리자동차와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전기차 개발에 나선 바 있다.
자동차 플랫폼이란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골격을 뜻하는데, 차체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을 공유하기 때문에 차량 성능의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공유되는 E-GMP를 기반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9 등이 출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르노코리아가 출시한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도 중국 지리자동차가 만든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지리자동차는 르노코리아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며, 산하에 스웨덴 볼보 등을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랑 콜레오스가 같은 플랫폼을 쓰는 지리의 중형 SUV '싱유에 L'과 유사하다며 '택갈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거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플랫폼을 활용한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의 경우와는 달리 저가 이미지의 중국 플랫폼에 대해선 저항감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차의 전동화 기술을 받아들인 건 그만큼 하이브리드 차량이 필요해서다. 현대차·기아와 달리 국내 중견 완성차 업계는 자체 플랫폼을 단기간에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해 1~3분기 하이브리드차 신차등록 대수는 28만 3022대로 전년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은 47만 1445대로 31% 감소했다.
국내 진출을 계획하는 중국 완성차 입장에서도 이같은 '우회 진출'이 향후 직접 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승용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우선 간접적인 방식으로 기술력을 경험시켜 이미지를 점차 개선하려는 것이다.
SNE리서치 기준 올해 1~8월 220만 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는 중국 BYD는 아직 국내에 승용차를 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한 1톤 전기트럭 T4K는 현대차(005380) 포터와 기아(000270) 봉고 틈바구니 속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BYD는 KGM의 대표차인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하며 국내 승용차 시장을 탐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연말쯤 국내에 승용차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국내 시장 진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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