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꽂자 게임방 변신한 전기차…"내리고 싶지 않았다"[르포]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 올해 5번째 전시…크리에이터 7팀·스타트업 6개사 참여
모빌리티·AI·로보틱스를 작품으로 구현…자율주행·안전운전 돕는 신기술도

23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의 제로원데이 행사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게임방으로 탈바꿈한 '퓨처 개러지' 작품을 사람들이 체험하고 있다. 2024.10.23./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래에는 전기차 충전소에서 무용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자동차에서 효용을 찾을 수 있죠. 배터리가 충전되는 동안 좀비로 뒤덮인 가상 세계를 경험해 보세요."

현대자동차그룹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ZER01NE)'은 23일 서울 성수동에서 제로원이 후원한 예술가·개발자 크리에이터 7팀 및 스타트업 6개 사와 함께 '2024 제로원데이'를 열었다.

전시 마지막 무대는 미래 전기차 충전소였다. 제로원이 기획하고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남양기술연구소,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지원했다. 이날 전시 해설을 맡은 제로원 인큐베이션팀의 김영현 매니저는 마치 자동차 극장 같은 전기차 충전소를 가리킨 뒤 "핸들과 액셀이 곧 게임 컨트롤러"라며 체험을 권유했다.

제네시스 GV60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봤다. 충전 플러그를 꽂은 전기차는 어느새 주행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살린 게임 머신으로 변했다. 한바탕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고 나니 충전이 끝났음에도 하차하기 아쉬웠다. 자동차를 이동수단을 넘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려는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이번 제로원데이의 주제는 '에코시스템(생태계)'이다. 2022년 이후 2년 만에 크리에이터·스타트업이 모두 참여하는 전시인 만큼 상호 협력하는 생태계를 강화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23일 제로원데이 행사에서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달을 개발하는 방법으로 사족보행 로봇 '스폿'이 전시됐다. 스폿은 현대차그룹 산하 로봇공학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했다. 2024.10.23/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지속가능성 등 4가지 테마로 크리에이터 7개 팀이 프로젝트를 전시했다. 먼저 모빌리티 테마로는 △내 몸을 제3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만져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환상이동 R&D'(이성은) △전기차 충전소를 게임방으로 탈바꿈한 '퓨처 개러지'(Future Garage·오스피셔스 랜드스케이프)가 전시됐다.

AI 테마에선 △AI 알고리즘 및 진동 메커니즘과 액추에이터(작동기)를 활용해 청각의 도움 없이 신체의 심장박동·근육 움직임 등을 느끼는 '사이보그 그 너머: 난청, 소리, 보형물'(Marco Donnarumma) △생성형 알고리즘을 통해 데이터 우주를 시각화한 '텐저블 데이터: 데이터의 자연에서 데이터 문화로'(Pebblous Data ArtLab) 등이 마련됐다.

로보틱스 테마로는 △생체 모니터링 시스템이 탑재된 인간의 수면을 도와주는 닭 모양의 로봇 이불 '로봇 수탉에게 어떻게 잠을 설명할 것인가'(FREAK Lab)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사족보행 로봇·로봇팔과 AI로 달을 개발하는 '달 기지 계획: 인류 도착 100일 전'(IVAAIU City)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 테마에선 △열대식물 케나프와 황마를 활용한 태양광 지붕 시스템과 상시 냉각되는 테라코타 시스템을 통합한 '로-하이테크: 오래된 미래를 기다리는 쉼터'(Studio SKLIM)가 전시됐다.

23일 제로원데이 행사에서 스타트업 '딥인사이트'가 인공지능(AI)으로 운전자를 모니터링해 안전한 운전을 돕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2024.10.23/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제로원이 육성한 스타트업 6개 사도 현장에 부스를 마련해 기술력을 뽐냈다.

참가사는 △AI로 운전자를 모니터링해 안전한 운전을 돕는 '딥인사이트' △AI로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시뮬레이션하는 '모라이' △AI로 매장 방문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메이아이' △걸음걸이를 측정해 탄소중립에 기여한 보상을 제공하는 '글루리' △실리콘 카바이드 소재를 정교하게 3D 프린팅해 반도체·원전·항공우주용 부품을 만드는 '매이드'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음악을 자동으로 큐레이션 하는 '어플레이즈' 등이다.

이 중 글루리와 매이드, 어플레이즈 등 3개 사는 현대차그룹의 사내 벤처팀으로 시작해 몇 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최종 분사했다. 김 매니저는 "사내 벤처가 분사하면 그룹사엔 손해가 아니냐는 분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데다 그룹사 내 직원들이 본인의 아이디어를 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가 정신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와 무관한 예술가들을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로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선 "예술가들은 인간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분들"이라며 "소비자들이 공감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나아가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이분들이 큰 그림을 제공해 준다"고 설명했다.

2024 제로원데이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현장 신청을 통해 도슨트로부터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23일 제로원데이 행사에서 스타트업 '모라이'가 인공지능(AI)으로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2024.10.23/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