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하냐" 쓴소리 쏟아진 테슬라 로보택시…자율주행 가시밭길
'레벨4' 웨이모 로보택시 상용화 6년…여전히 샌프란 등 일부 도심만 운행
아우디·혼다 '레벨3' 차량 양산 끊겨…"막대한 개발비용 등에 진전 더뎌"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이는 무인택시(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지난 10일 공개하며 2026년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혹평이 쏟아지며 시장 반응이 싸늘했다.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인 로보택시조차 양산하기 쉽지 않다는 게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인 레벨5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컨설팅 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은 2035년까지 대중에 공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을 밑도는 데다 규제당국의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는 2035년 판매되는 승용차 중 레벨4의 자율주행 차량도 6%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자율주행 기술은 지난 6년간 레벨4의 문턱을 넘나드는 데 그쳤다. 미국 자동차기술학회(SAE)는 자율주행을 레벨0에서 레벨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한다. 로보택시는 특정 지역에서 운전자 없이 운행할 수 있어 레벨4로 분류된다.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 개발사 웨이모가 2018년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투자자들에게 이듬해 말까지 100만 대의 로보택시를 양산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4년을 지각한 사이버캡 시제품은 2인승에 불과해 투자자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웨이모는 2020년 10월 비로소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없는 진정한 의미의 레벨4 기술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주행 가능한 지역은 샌프란시스코·피닉스 등 도심 일부로 제한된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레벨3도 제한적으로 구현하는 수준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돌발 상황에 대응해 운전자가 '잠시 한눈을 팔아도 되는' 레벨3을 양산한 업체는 지금까지 △아우디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등 3개 사 정도다. 아우디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레벨3에 해당하는 '트래픽 잼 파일럿'을 A8 모델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혼다는 2018년,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 레벨3을 양산했다. 3개 사 모두 고속도로에서 시속 60㎞ 이하로 달리는 교통 체증이 발생할 경우 차량이 속도와 방향을 통제하는 형태다.
이마저도 아우디는 양산 3년 만인 2020년 트래픽 잼 파일럿 상용화 중단을 선언했고, 혼다는 당시 생산된 레전드 100대에만 한정 적용했다. 따라서 제한적 수준의 레벨3를 현재 운용하고 있는 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만 남았다. 애플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10년간 진행했던 애플카 프로젝트를 지난 3월 중단했다. 같은 이유로 폭스바겐그룹과 포드는 자율주행 개발을 위해 합작한 아르고AI를 2022년 폐업 처리했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 발전이 레벨3~4를 맴도는 이유는 개발 단계부터 워낙 막대한 자금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이재관 자율주행기술연구소장은 "일반차 1대를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로 개조하는 데 대당 5억~7억 원이 소요된다"며 "실제 사고를 일으켜 자율주행 차에 데이터 학습을 시킬 수 없으니 가상실험을 반복해야 하는데, 관련 클라우드센터 구축에만 추가로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한 도로·통신망도 자율주행 차량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지난 4일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아이오닉5에 탑재해 내년부터 로보택시 서비스에 투입하기로 했다.
포드는 지난해 3월 아르고AI에 있던 연구진을 데려와 레벨3 개발에만 매진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이재관 소장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해당하는 레벨3 정도만 양산에 성공해도 주행 안전성과 운전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다"며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에게 ADAS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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