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75년생 '포니'를 만나다…'1억대 생산' 현대차 57년 회고록
강남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다시 첫걸음' 전시…각그랜저·다이너스티 등 동승 가능
코티나 조립 7년만에 첫 독자모델 포니 양산…SUV·EV 등 현대차 현재·미래 한눈에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10일 오후 서울 강남의 도산대로. 고급 차가 즐비한 이곳에서 동승석에 앉았던 기자는 20분간 행인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다름 아닌 '포니2'를 타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005380)가 자동차 누적 생산 1억대 달성을 기념해 강남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다시 첫걸음 : One step further(원 스텝 퍼더)' 전시회를 열었다. 사전예약을 하면 관람 마지막 순서로 현대차의 헤리티지 차량을 동승해 볼 수 있다. 1세대 그랜저(각그랜저), 다이너스티, 포니2 중 기자는 망설임 없이 포니2를 골랐다. 1975년 대한민국 최초로 독자 생산한 포니를 지금이 아니면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추억의 직물시트에 앉아 도산대로를 달리기도 잠시. 경사로에서 신호를 대기 중이던 포니2가 요란히 떨며 동력을 꺼뜨렸다. 신호가 바뀌고, 뒤차들이 내는 경적에 기자는 당황해했지만, 운전석에 앉은 정석민 도슨트는 침착하게 상황을 사무실로 보고한 뒤 연거푸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신호가 바뀌기 전 포니2가 거친 엔진음을 토해냈고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 위를 다시 경쾌하게 질주했다.
현대차가 한국에서 1967년 자동차 생산이라는 도전을 시작한 뒤로 걸어온 57년의 여정도 이날 포니2의 주행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고비를 만나 때론 멈출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글로벌 완성차 3위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주행 막바지 정 도슨트는 "포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첫걸음"이라며 "포니의 헤리티지는 현재 아이오닉5로 이어진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날 전시장 1층에선 현대차 최초 조립 생산 모델인 '코티나 마크2'와 포니 수출 20주년을 맞이해 역수입한 첫 고유모델이자 최초의 수출차인 '포니 에콰도르 택시' 실물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김대연 도슨트는 "코티나는 1968년 현대차가 포드의 조립생산자로서 만든 최초의 자동차"라며 "경부고속도로 완공을 계기로 '우리 차를 만들겠다'는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신념이 코티나 생산 7년 만에 첫 번째 독자 모델인 포니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2층에는 현대차가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 팩토리 및 전기차(EV) 전용 공장을 설립하기까지 생산·제조 기술의 발전 과정이 소개됐다. 1968년 완공된 울산공장은 1990년 제3공장을 지으며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100만대의 차를 생산했다. 이후 전주공장(1995년)과 아산공장(1996년)으로 국내 생산기지를 넓혔고 2000년대 들어선 수출 확대와 현지 고객 대응을 위해 미국 앨라배마, 인도, 체코, 튀르키예 등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최근엔 전 생산공정이 완전히 자동화된 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싱가포르에, 전기차 전용 지능형 공장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미국 조지아주에 지었다.
3층에 올라가 보니 지금의 현대차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는 모델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1987년 울산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쏘나타1은 전동식 시트와 크루즈 컨트롤 등 당시 보기 드문 첨단 사양이 국내 최초로 옵션으로 들어가 새롭게 부상한 중산층을 위한 '중형 세단의 표준'을 제시했다. 또한 현대차 최초 독자 엔진 '알파'와 이를 장착한 국내 최초 2도어 쿠페 스쿠프는 현장 엔지니어들의 노고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수지 도슨트는 "시제품 300대에 시험차량은 150대가 될 정도로 알파 엔진 개발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고 전했다. 누적 1억 대 생산 중 1500대를 차지한 엘란트라(아반떼) 초기 모델도 전시됐다.
4층과 5층은 현대차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모델이 한곳에 모였다. 현대차의 첫 번째 SUV인 싼타페는 지난해 5세대 모델로 출시된 '디 올 뉴 싼타페'로 위용을 드러냈다.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은 1990년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지만 2010년 양산엔 실패했던 현대차가 이제는 서킷 주행도 가능한 고성능 모터를 장착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반형 모델인 아이오닉5에 대해 고형준 도슨트는 "연구진이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자 고심했다"며 "사탕수수, 옥수수에 폐타이어까지 차량 재료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다시 첫걸음 전시는 내달 1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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