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EU '관세폭탄' 확정…현대차·기아 "달려보자"
현대차·기아 '중국발 유럽행' 전기차 물량 전무…'최대 35.3%p' EU 상계관세 피해
테슬라·BMW·폭스바겐도 관세 '유탄' 맞아…"유럽 현지 생산시 보조금 포기해야"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유럽연합(EU)이 지난 4일(현지시간) 회원국 표결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BEV)를 상대로 향후 5년간 최대 35.3%포인트(p)에 달하는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올해 유럽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는 경쟁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악화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유럽의 전기차 업체와 달리 현대차·기아는 EU의 대(對)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기아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물량 중 유럽으로 수출되는 물량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차량 중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옌청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기아의 EV5가 유일한데, 대부분 중국 내수용으로 판매되며 유럽에선 출시되지 않았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각각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다. 모두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거나 한국에서 수출된다. 시장조사기관 이브이-볼륨스(EV-Volumes)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코나 일렉트릭은 유럽 전기차(BEV+PHEV 합산) 시장에서 차종별 판매량 18위, 니로EV는 13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팔리는 코나는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니로는 기아 화성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전기차(BEV) 시장에서 브랜드별 판매량 8·9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물론 유럽·미국의 일부 전기차 업체까지 이번 '관세 폭탄'의 유탄을 맞게 됐다.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살포로 헐값에 수출되는 전기차 때문에 역내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비야디(BYD)·지리(Geely)·상하이자동차(SAIC) 등 중국 업체와 함께 중국 현지에 전기차 공장이 있는 폭스바겐·BMW(독일), 볼보(스웨덴), 테슬라(미국) 등 외국 업체들에도 지난 7월 4일부터 4개월 일몰로 '잠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에 표결을 통과한 확정 상계관세 역시 잠정 상계관세와 마찬가지로 집행위 조사에 대한 협조 및 중국 정부의 보조금 수혜 정도에 따라 업체별로 차등 부과될 예정이다. 개별 기업으론 △테슬라 7.8%p △BYD 17%p △지리 18.8%p △SAIC 35.3%p 순으로 확정 상계과세가 책정됐다. △기타 조사에 협조한 기업은 20.7%p △조사에 비협조한 기업은 35.3%p의 확정 상계관세를 맞게 되는데, 폭스바겐과 BMW는 전자에 속한다. 볼보는 대주주 지리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르면 오는 31일 확정 상계관세가 시행될 경우 모든 수입차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 10%에 추가로 7.8~35.3%p의 상계관세가 붙어 중국산 전기차 최종 관세는 5년간 17.8~45.3%가 된다. 이에 해당하는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유덕 한국외대 EU융합전공 교수는 "그간 중국산 전기차가 워낙 염가에 수출됐던 터라 한국 업체들은 기술력이 출중함에도 이들을 따라잡기 어려웠다"며 EU의 이번 결정은 "한국 자동차 업계가 수출을 증대할 좋은 근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잠정 상계관세 시행 이후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유럽 판매량은 불과 두 달 새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 9월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럽 전기차(BEV) 시장 합산 점유율이 지난 6월 11.1%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9.8%, 8월 7.7%로 두 달 연속 감소해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8월 신규 등록된 중국 업체 전기차는 1만4843대에 불과해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현재 시행 중인 잠정 상계관세율은 17.4~37.6%p로 확정 상계관세율(7.8~35.3%p)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잠정·확정 관세율 간 차이가 미미하다.
다만 중국과 EU 집행위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확정 상계관세 관보 게재 전까지 물밑 협상을 계속하기로 해 최종 관세율은 하향될 여지가 남아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유럽 현지 생산이 본격화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벨기에 일간지 데 타이트는 지난달 18일 소식통을 인용해 니오가 벨기에 브뤼셀의 아우디 전기차 공장을 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 립모터는 폴란드 티히의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자사 소형 전기차 T03을 올해 하반기 내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의 과도한 전기차 보조금과 과잉 생산이 상계관세 부과 명분이 된 만큼 앞으로 중국 정부와 업계가 전기차 보조금과 생산량을 조정하는 성의를 보여 EU의 확정 상계관세 상한선을 20% 중반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현지 생산 전략에 대해선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포기해야 하는 데다 유럽의 높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해 가격 경쟁력 면에선 고민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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