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기술 심장부 공개한 현대모비스…"화재 자동진화까지 간다"

의왕연구소 전동화연구동서 R&D 테크데이…전장·배터리 등 신기술 65종 소개
배터리시스템 열관리 안정에 매진…구동은 '통합'하고 전력은 '양방향'으로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몰입형 3D 디스플레이가 2일 '2024 R&D 테크데이'에 전시된 모습. 다수 사용자가 동시에 사용 가능하고 어느 방향에서 디스플레이를 봐도 동일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현대모비스 제공). 2024.10..02.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현대모비스가 향후 2~3년 내 상용화될 모빌리티 신기술 65종을 한자리에서 공개했다. 올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000억 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전동화, 전장, 안전 분야 등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배터리, 구동, 전력변환 시스템을 3대 축으로 한 전동화 부품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2일 경기 의왕연구소에 국내 주요 언론사를 초청하는 '2024 R&D 테크데이'를 개최했다. 테크데이는 원래 격년 단위로 연구개발 성과를 모아 고객사에만 선보이던 일종의 프로모션 행사였는데, 올해는 신기술을 고객사뿐 아니라 언론에 공개했다.

무대가 된 의왕연구소 전동화연구동은 차세대 전동화 기술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시설로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영국 전동화엔지니어링 실장은 "지하 4층, 지상 5층에 연면적 2만1600평인 전동화연구동은 전동화 기술 설계부터 시현, 품질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전시된 65종의 전시품 가운데 전장부품은 21개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첨단센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커넥티비티를 아우르는 인포테인먼트 신기술이 주를 이뤘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동일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3D 디스플레이와 운전자의 떨어진 집중력을 뇌파로 감지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전동화 부품으로는 고전력 밀도를 확보한 22KW짜리 양방향 통합충전제어장치(ICCU)와 고가의 희소금속인 니켈을 세계 최초로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인덕터 코어, 좁은 주차공간에서 평행주차를 쉽게 할 수 있게 휠을 90도로 접어 옆으로 주행하는 인휠 모터 등이 전시됐다. 안전 분야에선 충돌 시 뇌 상해를 저감시켜주는 동승석 에어백과 후진 및 좌·우회전 신호를 도로 면에 투사하는 커뮤니케이션 헤드램프 등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2011년 하이브리드용 배터리시스템 개발 성공을 시작으로 전동화 사업에 본격 뛰어든 현대모비스는 지금까지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단위 부품에서 시스템, 나아가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와 로보틱스에 특화된 전동화 기술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계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이영국 전동화엔지니어링 실장이 2일 경기 의왕연구소 전동화연구소 대강당에서 ‘전동화 3대 연구개발전략’을 취재진에게 소개하고 있다(현대모비스 제공). 2024.10.02.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뇌파신호 기반 운전자 부주의 케어 시스템 '엠브레인'이 2일 '2024 R&D 테크데이'에 전시된 모습. 뇌파를 감지해 운전자 부주의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주의력이 덜어지면 시각·촉각·청각 경고를 제공한다(현대모비스 제공). 2024.10.02.

먼저 배터리시스템은 열관리 안정화 기술을 중점 확보하고 있다. 이 실장은 "배터리시스템에서 셀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다"며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전기차 화재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단위 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체 시스템으로 불이 번지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시스템 차원에서 불을 끄는 개념까지 구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배터리셀-모듈-팩 형태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성에서 모듈을 걷어 내고 셀에서 팩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밖에 배터리셀이나 폐배터리를 활용한 선행기술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구동시스템은 모터,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한 '3 in 1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시스템을 소형화하고 고효율의 전자기를 설계하는 게 통합형 구동시스템의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목적기반차량(PBV)이나 AAM에 특화된 구동시스템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 실장은 "앞으로 3년 안에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을 극복하고 다시 완성차 시장을 주도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더 집적화되고 힘이 센, 고장 나지 않는 구동시스템을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력변환시스템은 전기차 충전용 통신 제어장치로 불리는 EVCC(EV Communication Controller)를 통합한 차세대 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를 중점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력변환시스템은 외부로부터 전기를 받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차 밖으로 내보내 전력회사에 전기를 팔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이 실장은 "캐즘이란 대외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곳 의왕연구소에서 수백 명의 연구진들은 차질 없는 연구 개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품 경쟁력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상태로, 이번 R&D 테크데이에도 유럽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가 방문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22KW 양방향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2일 '2024 R&D 테크데이'에 전시된 모습. 자체 개발한 3병렬 전력회로를 채택해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차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2024.10.02.
2023년 12월 개소한 현대모비스 경기 의왕연구소 전동화연구동 전경(현대모비스 제공). 2024.10.02.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