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차 30% 할인, 평생 보장해야"…잠정안 깨트린 기아 노조

'잠정합의안 부결' 기아 노조, 오늘 쟁의대책위…파업·교섭 등 방향 결정
'퇴직자 평생사원증 복원' 쟁점 부상…특근 거부 등으로 생산 차질 가능성

기아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기아(000270)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평생사원증(차량 평생할인) 복원이 쟁점 현안으로 떠올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향후 일정을 논의한다. 앞서 노사는 지난 9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임금 부분은 가결됐지만, 단체협약은 부결되면서 임단협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쟁의대책위에서 향후 파업에 돌입할지, 다시 교섭에 나설지 결정할 계획이다. 조합원들이 문제 삼는 핵심 쟁점으로 평생사원증 복원이 꼽힌다. 장기근속 퇴직자가 신차를 구매할 경우 차량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 연령 제한 없이 2년마다 신차를 구입할 경우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차는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아는 지난 2022년 과도한 복지란 비판과 함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연령을 75세로 제한하고 신차 구매 주기는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할인 폭은 25%로 줄였다.

하지만 현대차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기아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평생사원증 제도를 기존 조건으로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퇴직자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노사는 이에 향후 출시할 픽업트럭 타스만을 평생사원증 할인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조합원의 불만이 높았고, 이는 단체협약이 부결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퇴직을 앞둔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연장 역시 추가 협상에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조는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왔고, 사측은 사회적 합의 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해 왔다.

이번 협상에서 노사는 정년연장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2025년 상반기까지 개선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앞서 임단협을 마무리한 현대차와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재협상이 진행되는 만큼 기아 노조 역시 정년연장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임단협 타결이 늦어질 경우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잠정합의안이 1차 부결될 경우, 노조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특근을 거부하며 사측을 압박해 왔다. 이번에도 특근 거부와 함께 노사 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들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을 요구할 경우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 전이었다면 '추석'이란 심리적 협상 시점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