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한달]①운전자들이 따지기 시작한 이것…판매량 갈랐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배터리 원산지 주목…韓 배터리 선호
LG엔솔 배터리 장착한 EV3·캐스퍼 호조…韓 배터리 쓴 폭스바겐·아우디도 선방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지난달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배터리 원산지'에 따라 전기차의 성적표에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비교적 선전한 반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판매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판매가 급증한 대부분의 전기차는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이었다. 지난달 1일 발생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국내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시 '배터리 원산지'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국산 브랜드 중에서는 '기아 EV3'와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두 모델은 각각 1439대와 4002대 팔리며 국내 전기차 시장을 이끌었다. 두 차량 모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수입차 중에서는 폭스바겐 ID.4의 판매 증가가 눈에 띄었다. ID.4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지난달 1386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세우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달성했다. 아우디는 325대를 판매해 전월 대비 22.3% 감소했으나, 벤츠·BMW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벤츠는 406대(-50.6%), BMW는 133대(-43.1%)로 전월 대비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두 브랜드의 일부 모델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벤츠의 경우 화재 차량 EQE 350+을 비롯해 여러 차종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 BMW는 ix1, ix3, ix xDrive40 등 일부 모델에 중국 CATL 배터리를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의 판매가 증가하거나 판매 감소폭이 중국 배터리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인천 화재 사고 이후 소비자들이 배터리 원산지를 중요한 구매 요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원산지만으로 전기차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1위 중국 CATL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 중국 배터리의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화재에서 문제가 된 것은 고용량·고밀도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인데,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짧지만 화재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재 차량에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사용되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단순히 배터리 원산지만으로 전기차 상품성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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