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이렇습니다"…전기차가 무서워진 분들을 위한 '팩트체크'

"전기차 화재 빈도, 내연기관차보다 적어…화재시 배터리 열폭주도 극히 일부"
전문가들 "충전율과 화재 발생은 무관"…화재 피해 규모는 차량 종류 아닌 스프링클러에 달려

지난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열린 성동구, 성동소방서와 전기차 화재 대응 합동 훈련에서 소방관들이 불이난 전기차에 질식소화 덮개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2024.8.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 등으로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일부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한 오해와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등장이 얼마 되지 않아 내연기관차에 비해 기술 진전에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근거 없는 공포심은 '정해진 미래'인 전동환 전환 과정에서 엉뚱한 규제 강화 등을 낳아 산업의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국가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자동차 화재 건수는 약 4800건으로 하루 평균 13건 이상 발생했다. 이 중 전기차 화재 건수는 1만 대당 1.32건으로 내연기관차의 1.86건보다 30% 낮다. 소방청 통계는 충돌 사고·외부 요인·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만이 원인이 된 화재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발생 빈도뿐 아니라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다"는 주장도 널리 퍼져 있다. 배터리에 불이 붙을 경우 진압 방법과 시간에 제한이 따르는 등 일부는 사실이지만 과장된 측면도 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의 일부를 차지하는 배터리 문제 역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고도화를 통해 기술적으로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있어 조기 진압 시 화재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일부 지자체가 전기차 충전량 제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배터리 충전량 자체는 화재 발생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같은 화재라면 충전율이 높을 경우 화재의 강도나 시간에 영향을 줄 뿐이다.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들도 배터리 100% 충전 표시가 떠도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하게 여유를 두는 설계를 하고 있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피해가 커진 것은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 당시 발화점이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차였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다. 불이 옮겨붙어 불탄 차들이 다 전기차도 아니었다. 업계에서는 특히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을 더욱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근거 없이 배터리에서 충전기 등으로 무차별하게 옮겨붙는 전기차 공포증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의 엔진도 알고 보면 기름과 공기를 압축해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폭발'시켜 동력을 얻는 방식이어서, 보기에 따라 위험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한편 소방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도 점차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의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