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쫓아내면 안전해지나…"대형화재 핵심은 스프링클러"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피해 확산
지하주차장 전기차 제한, 공간 부족으로 현실적으로도 어려워

19일 오전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인천 전기차 화재 3차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경찰과 소방, 국과수 관계자들이 완전히 타버린 배터리 모듈을 감식하고 벤츠 기술진들이 참관했다. (공동취재) 2024.8.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최근 인천의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 제한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번 사고가 대형 화재로 번진 핵심은 스프링클러 미작동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화재 위험은 존재하기 때문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시설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일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 EQE에 불이 붙은 직후 야간 근무자였던 A 씨는 관리사무소 내 방재실의 수신기로 화재 신호가 전달되자 스프링클러 밸브와 연동된 정지 버튼을 눌렀다.

A 씨는 5분 뒤 정지버튼을 해제했지만, 이미 발생한 화재 열기로 화재 중계기 선로가 파손되면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더라도 초기 진화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불이 옆 차로 쉽게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국내 대표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벤츠 화재 사고가 커진 것은) 스프링클러 미작동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지하에서 불이 났을 때 이번 경우처럼 스프링클러 등 초기 진압이 되지 않으면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똑같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스프링클러 등 기본 설비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내 소방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스프링클러 미작동을 대비해서라도 화재 시설을 강화한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기계 오작동으로 화재 경보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관리자들이 스프링클러나 경보기부터 끄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최근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완충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제한하고 충전기를 지상에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 같은 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지하주차장 내 안전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의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의 71.1%가 지하에 설치됐다. 크기는 345만 7800㎡로, 여의도 공원(22만 9539㎡)의 약 15배 수준이어서 지하의 전기차 주차공간을 지상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윤 교수는 "100%나 90%, 80% 모두 화재는 날 수 있고 충전량이 많으면 더 많은 에너지가 쏟아지는 것뿐"이라며 "100% 충전에 대한 불안함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