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서도 200대 불탔다…'전기차 대타' 하이브리드 쏠림 가속

전기차 캐즘 구간 들어서 인기 급상승…1~7월 판매 13.4%↑ '친환경차 중 유일'
연비 좋은 데다 배터리 작아 상대적 안전성 평가…길게는 1년 대기해야 출고

1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아 '더 뉴 쏘렌토' 포토미디어데이 행사장에 '더 뉴 쏘렌토'가 전시돼 있다. 쏘렌토는 ▲2.5리터(L) 가솔린 터보 ▲2.2 디젤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등 3가지 파워트레인(동력계)으로 운영한다. 트림은 ▲프레스티지 ▲노블레스 ▲시그니처 ▲그래비티 등 4가지다. 2023.8.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전기차 안전성 문제가 부각돼 전기차 선택을 주저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HEV)로의 쏠림 현상이 한층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국내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34만 7845대를 기록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27.9% 증가한 반면, 전기차(-13.3%), PHEV(-36.3%), 수소차(-38.9%) 판매는 감소했다.

주요국 대비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강하게 나타난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해 전기차 판매가 줄어드는 역성장을 맞이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수요 감소가 뚜렷한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국내외서 발생한 전기차 대형 화재 사고로 전기차 시장이 당분간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걸림돌로 수요 둔화를 맞이한 것과 달리 하이브리드차는 시간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외로 늦어지는 분위기와 동시에 그 공백을 연비가 좋고 내연기관차에 비해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차가 메우고 있다.

업체들도 발빠르게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출시 모델을 늘리고는 있지만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 아반떼 HEV는 1년, 싼타페는 4개월, 기아 카니발 HEV는 1년 이상을 대기해야 차를 출고할 수 있을 정도다.

수입차 시장은 하이브리드가 이미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넘어 대세가 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입 하이브리드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45.5% 증가한 7만 40대로, 전체 수입차(14만 7629대)의 47.4%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기차에 불어닥친 화재 안전성 문제가 하이브리드차 선호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 세단 EQE에서 발생한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140여 대 차량이 피해를 입었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공항 근처 렌터카 회사 주차장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200여 대가 불에 탔다. 현지 매체들은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차 구매를 앞둔 A 씨는 "최근 전기차 사전예약을 신청해 기다리던 중 화재 사고로 회사 주차장에서 전기차 주차를 제한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며 "예약을 철회하고 전기차 대안으로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 용량이 작고 필요시 엔진을 사용해 충전하는 구조로 과부하 가능성이 낮아 안전성이 높다"며 "전기차 화재 여파로 현재 친환경차 시장을 꽉 잡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