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엎친 데 화재 덮쳐…전기차 냉대에 업계 속도 까맣게 탄다
정부, 12일 관계부처 차관 회의서 안전대책 논의…배터리 실명제 등 거론
지하주차장 이용 놓고 곳곳서 갈등…"무차별적 배척보다 정확한 조사 우선"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인천 서구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E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하반기 신차 출시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에 나선 완성차 업계에 전기차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모습이다. 정부는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전기차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진행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논의되는 대책을 토대로 내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대책의 최대 관심사는 '배터리 실명제' 도입 여부다.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는 전기차에 구매 보조금을 더 주거나 화재 안전성이 떨어지는 배터리 장착 시 보조금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내년 2월부터 '배터리 인증'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인증제가 시행되면 차량 등록 때부터 배터리마다 식별번호를 부여해 별도 등록해야 한다.
배터리 정보 공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배터리가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이면서도 그동안 제조사나 제품명 등 상세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벤츠 차량의 경우 화재 초기 중국 1위 배터리업체인 CATL 제품이 탑재됐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세계 10위권인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라시스 제품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NCM, '삼원계' 배터리로 인산염과 철을 쓰는 LFP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만큼 주행 거리는 긴 대신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시행된다면 전기차 배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반기 EV3(기아), 캐스퍼 일렉트릭(현대자동차) 등 전기차 신차 출시로 캐즘 극복에 나선 완성차 업계 입장에선 전기차 안전 우려 불식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실제 벤츠 화재 이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는 등 전기차 안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가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 요건을 강화하는 등 전기차 규제에 나서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오해가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방청에 따르면 자동차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전기차 1.3건, 내연기관 차 1.9건으로 전기차 화재가 더 적다. 다만 전기차 화재시 진화가 쉽지 않아 피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이 불안한 측면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규제보다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 발생 건수와 원인 등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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