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원년' 외치던 車업계…지하주차장 화재에 '긴장'
보급형 모델 출시로 캐즘 극복 나선 업계…전기차 안전 문제 부각 우려
사고 차량에 中 배터리…'높은 기술력' 국내 배터리 반사이익 기대도
- 박기범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최동현 기자 =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완성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 중이던 벤츠 준대형 전기 세단 EQE에 불이 붙어 큰 화재로 번졌다. 연기를 흡입한 주민 23명이 병원치료를 받았고, 주차장 차량 중 72대가 전소하는 등 140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배터리에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차량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는 대부분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데 공기와 접촉하면 급속도로 자연 발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한 개의 배터리셀에만 문제가 생겨도 수백 개의 배터리셀로 불이 급격히 번지는 '열폭주' 현상과 배터리가 차체 아래쪽에 매립돼 있는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진화도 쉽지 않다.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날 경우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전기차 화재는 차량이 전소한 뒤에 진화된다. 이번에 불이 난 벤츠도 화재가 발생한 지 8시간이 지나 진화됐다.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5월8일 전북 군산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쉐보레 볼트EV 차량에서 불이 났는데 스프링클러가 초기에 작동되면서 45분 만에 화재가 진압됐다.
다만 전기차 화재가 진화의 어려움 때문에 높은 관심을 받기는 해도 실제 화재 발생 비율은 내연기관차가 더 높다. 2022년 자동차 1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의 경우, 1.12대인 전기차보다 내연기관 차량의 화재 비율이 1.84대로 높다.
완성차 업계는 이번 사고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반기 보급형 모델과 할인을 앞세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에 나섰는데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최근 기아(000270)는 소형 전기 SUV EV3, 현대자동차(005380)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했고, 폭스바겐·푸조 등 수입차는 대대적인 할인·가격인하에 나섰다. 글로벌 전기차 1위인 중국 BYD(비야디)는 연내 국내 승용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고 이후 일부 아파트에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전기차 안전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안전 문제는 인프라 부족과 함께 전기차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며 "이번 화재가 전기차 대중화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받는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다만 사고 차량의 배터리가 중국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술력이 높은 국내 배터리사 제품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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