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슈팅로봇·심박수 측정기·특수 냉각모자…현대차 기술 '텐텐텐'
파리올림픽 양궁 전종목 석권에 현대차그룹 R&D 기술력 조명
자세분석 다중카메라 및 휴대용 활 검증 장비까지…선수들 기량 발휘 도와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종목에 걸린 5개의 모든 금메달을 따낸 한국 양궁의 뒤에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기술력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도쿄올림픽 종료 직후부터 선수들과 코치진의 의견을 적극 수렴, 그룹의 R&D 역량을 활용해 기존의 훈련 장비들을 보완하고 새로운 장비들도 제작해 도입했다.
◇기계를 이겨라…1대1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현대차그룹은 1대1 경기 감각 향상을 위해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을 개발했다. 대표팀 선수단이 남자 3명과 여자 3명뿐이어서 제한적이고, 세계 정상급인 이들을 긴장시킬 다른 훈련 상대를 찾기 어려워서다.
슈팅로봇은 사실상 바람의 영향 외에 오차요소가 없어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확보, 선수들을 위협할 만큼 좋은 훈련 상대가 됐다. 슈팅로봇이 바람에 따른 오차를 계산, 조준점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측정된 데이터는 선수들이 바람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참고 요소로 활용했다.
슈팅로봇의 전신 격인 슈팅머신은 동일한 조건에서 다수의 화살을 발사해 그중에서 정밀도에 문제가 없는 화살을 선별해 파리로 떠나는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완벽한 슈팅 자세 분석…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흔들림 없는 완벽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도 제작했다.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는 선수와 코치진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선수의 동작과 피드백 영상 간 시간차를 0초부터 9초 전까지 설정할 수 있어 발사 전부터 발사 후까지 자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언제 어디서나 활 성능 점검…휴대용 활 검증 장비
활의 미세한 변화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도 제공했다. 활은 기온에 따라 미세하게 팽창하거나 수축할 수 있다. 1㎜ 미만의 오차만 발생해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장거리 이동, 파리의 폭염 등으로 인해 활 성능 저하 우려가 컸다.
활 성능 검증은 줄을 당길 때 생기는 복원력인 '장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현대차그룹은 3D 프린터로 주요 부품을 제작해 약 8.7㎏의 휴대용 활 검증 장비를 개발, 훈련과 경기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경기력에 미칠 변수를 최소화했다.
◇폭염에서 선수들 지켜준 '복사냉각 모자'
양궁 경기는 야외에서 진행돼 선수들은 더위와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특히 올림픽은 연중 온도가 가장 높은 7월과 8월에 걸쳐 대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현대차그룹은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복사냉각 기술을 적용한 원단을 개발하고, 코오롱스포츠와 협업 하에 해당 원단을 적용한 경기용 모자를 제작했다. 동일 조건에서 복사냉각 모자 표면 온도는 일반 모자 및 주변 환경 대비 최대 약 5도 낮아 선수들이 컨디션 유지에 도움을 줬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양산 차량의 선루프 롤 블라인드(Roll Blind)에 복사냉각 원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맞춤형 그립' '비대면 심박수 측정' 기계도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3D 스캐너 및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 맞춤형 그립을 제작, 선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알루마이드 소재를 활용, 가볍고 미끄러짐이 적어 선수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았다.
선수들은 그동안 기성품을 구입해 자기 손에 맞도록 그립을 손질해 왔다. 선수 맞춤형이란 장점이 있지만,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에서 그립에 손상이 가면 새 그립을 급히 제작해야 리스크가 존재했었다.
비접촉으로,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심박수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치도 제공해 선수들의 호흡, 떨림 등 미세한 변화를 감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슈팅 시 활을 비롯한 여러 장비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AI 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앞으로도 양궁 훈련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신기술 개발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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