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말레이시아 홀린 'K-문화' 위력에도…"그래도 차는 일본"
아세안 2위 자동차 시장 말레이시아, 일본차 강세…3~5위가 일본 브랜드
지난해 신차 판매, 일본차 점유율 30%…공략 나선 중국도 눈길
- 금준혁 기자
(쿠알라룸푸르=뉴스1) 금준혁 기자 = 현대차(005380)그룹이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로 동남아시아에 집중하고 있다.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 공식 포털에 따르면 아세안 전체 인구는 2022년 기준 6억 7170만명이며 2050년에는 인구가 8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잠재력도 풍부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적인 크기를 갖춘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완성차 업계에서도 신흥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기존 시장을 장악한 일본차를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볼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는 싱가포르처럼 아세안의 글로벌 허브로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의 주요 도시이자 K-문화 열풍이 부는 곳이기도 하다.
대형 쇼핑몰이 발달해 있고 내부에는 한국의 치킨 브랜드, 마트의 불닭볶음면, 화장품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를 쉽게 볼 수 있다. 가수 블랙핑크의 노래가 곳곳에서 들리는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한편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는데 바로 한국 자동차다. 말레이시아자동차협회(MMA)에 따르면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판매된 현대차는 1507대에 불과하다. 전체 브랜드 중 21위로 점유율이 0.2%다.
도요타(13.3%), 혼다(10%), 미쓰비시(2.7%)가 3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20위권 내에 마쓰다(2.4%), 닛산(1.3%), 스바루(0.2%) 렉서스(0.2%)와 상용차 브랜드인 이스즈(2.1%), 히노(0.7) 등을 합하면 일본 브랜드가 30%를 훌쩍 넘긴다.
도로에선 일본차를 자주 마주친다. 예컨대 가족 수가 많은 동남아 시장에 맞춘 현대차의 주력 차종은 다목적차량(MPV)인 스타리아인데, 스타리아보다 가격대가 높은 도요타 알파드가 보인다.
인식 면에서도 일본차에 대한 선호도를 느낄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혼다를 이용해 차량공유 서비스의 드라이버로 일하는 A 씨는 "현대차는 딜러사를 통해 들어오는데, 서비스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다"며 "일본차는 직접 팔고 서비스센터도 하니 다르다"고 말했다.
아세안자동차연맹 기준 지난해 아세안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335만 5136대로 점유율 기준 1위 시장은 인도네시아(29.9%), 2위는 말레이시아(23.9%)다.
과거에는 현대차 역시 말레이시아에 아세안 거점 역할을 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현재는 인도네시아로 옮겨갔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HMMI)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현지 합작법인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을 시작으로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현지에 구축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완성차 브랜드인 페로두아(41.3%)와 프로톤(18.9%)이 판매 점유율을 60%를 넘길 정도로 강세를 보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로톤은 지리자동차가 2017년 지분을 49.9% 인수한 곳이다. 지리자동차는 볼보를 비롯해 르노코리아의 지분도 소유한 중국의 자동차 그룹이다. 전기차 브랜드인 BYD도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3728대를 판매하는 등 중국의 아세안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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