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올해의 차' EV9도 힘겨운데…다들 준대형 전기 SUV 내놓는 이유
미국선 8000대 팔린 '올해의 차' EV9, 국내선 판매량 '1000대' 하위권
리릭·Q8 e-트론에 아이오닉9도 출격…"캐즘 끝나면 프리미엄 선봉장"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뚜렷한 강자가 없는 국내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아직 수요가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향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 접근이 이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기아(000270)에 따르면 지난 5월 플래그십 전기 SUV EV9은 국내에서 총 182대가 판매됐다.
이는 기아의 상용, 특수 차량을 제외한 국내 판매 차량 중 최저치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치 역시 1112대로 1041대가 판매된 K9을 이은 최하위권이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에서는 EV9이 7766대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EV9은 2024 세계 올해의 차, 2024 북미 올해의 차 등을 휩쓸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이 같은 차이는 내수 시장 전반의 부진, 전기차의 수요가 둔화한 캐즘이 맞물린 상황에서 1억 원에 이르는 가격이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큰 차를 선호하는 북미 시장과 달리 국내는 아직 준대형 전기 SUV 수요도 많지 않다.
실제 내수 시장에서 EV9의 경쟁자는 테슬라 모델 X, 메르세데스-EQ EQE SUV 등이 꼽히지만 이들 역시 존재감이 크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1~5월 수입차 누적 판매량 상위 10개 차종을 살펴보면 모델 Y, BMW X3·X4 볼보 XV60 등 중형 SUV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상위 10개 판매모델에 이름을 올린 준대형 SUV는 79대가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의 EQE 500 4MATIC SUV가 유일하다.
다만 준대형 전기 SUV의 부진에도 이 시장을 두드리는 모델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아우디는 브랜드 최초로 선보인 전기 SUV 아우디 e-트론의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아우디 Q8 e-트론과 파생모델 2종을 이달 출시했다.
지난달 GM(제너럴모터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도 첫 전기 SUV 리릭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리릭은 올해 1분기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럭셔리 모델 1위를 차지한 준대형 SUV이다. 현대차(005380)는 EV9과 동급인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들어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기아 EV3, 볼보 EX30 등 가성비를 앞세운 소형 전기 SUV 시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격전지는 고부가가치의 준대형 전기 SUV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성비 전기 SUV가 준대형 전기 SUV의 소비를 유도하는 일종의 미끼인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캐즘이 3~4년 정도 갈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라며 "중저가 차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키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인 후 프리미엄 차량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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