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습 막을 전기차 기술개발 산실…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르포]

가혹 테스트·아이오닉5 실차 시험 등 전기차 상품성 확보 총력
상용차 풍동시험실 수준 세계적…"정부·기업서 비즈니스 협업 제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전기차동력계 시험실 내 '4축 동력계 시험실'(현대차그룹 제공).

(화성=뉴스1) 배지윤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으로 만든 아이오닉5가 최근 글로벌 판매 30만 대를 넘어섰다. 아이오닉5 신차 출시 이후 약 3년 만의 성과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전기차 연구개발의 핵심 기지인 현대차·기아 남양 기술연구소가 있다. 1995년 출범한 남양연구소는 신차·신기술 개발은 물론 디자인·설계·시험·평가까지 승용∙상용 등 전 차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동화 트렌드에 맞춰 전기차 기술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글로벌 공습이 거센 가운데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PE(파워일렉트릭) 시스템과 배터리 연구 등 전기차 상품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고성능 EV의 산실' 전동화시험센터…배터리 성능 분석도

지난 27일 찾은 경기 화성시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남양기술연구소. 전동화시험센터의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 들어서자, 시험실 유리창 너머로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시끄러운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1축·2축·4축 등 3곳의 각 실내 시험 공간에서는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1축 동력계 시험실이 차량 개발 초기 단계에 이뤄지는 모터와 인버터의 기본 특성에 대한 단품 시험을 하는 곳이라면, 모터·인버터에 감속기·구동축을 추가해 실제 차량의 구동계를 모사한 환경의 2축 동력계 시험실은 필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 검증하는 공간이다.

4축 동력계 시험실에서는 아이오닉5의 실제 배터리를 직접 활용해 EV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었다. 운전자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이 운전석에 앉아 기어·액셀·브레이크 등을 조작하며 파워 일렉트릭 시스템 효율부터 매핑 검증·에너지 손실 분석·냉각 및 열 관리 등의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전기차 탄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일반 전기차와 달리 고성능 전기차는 가혹 조건에서의 주행을 고려해 제작하는데, 이곳에선 아이오닉5 N의 시속 260㎞의 초고속 시험이나 극한의 부하 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배터리 분석실 내 드라이룸 메인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남양연구소에서는 '전기차의 심장' 배터리 연구도 한창이다. 이날 찾은 '배터리 분석실'에서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셀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내구성·안정성 등을 평가하고 있었다.

에어샤워를 거쳐 입장한 '셀 해체실'은 시료 채취 작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여기서 채취된 시료는 드라이룸의 '전처리실'로 옮겨져 시료 절단·샘플링 작업을 거친다. '메인 분석실'로 옮겨진 작업물을 가지고 배터리 구성 소재에 대한 기본적인 재질 및 화학구조 분석 등 정밀 분석이 이뤄진다.

정이든 재료분석팀 파트장은 "배터리 화재나 결함이 발생할 경우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사와의 공동 협조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런 부분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려면 배터리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상용시스템시험동'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수소전기 유니버스 소음 평가가 진행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300여가지 차량 시험 평가·풍동 시험도상용차 기술력 확보 전초기지

이날 '상용시스템시험동'도 찾았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높은 마일리지와 가혹한 운전 환경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을 요구하는 차량이다. 이 같은 상용차 특수성을 반영한 환경·성능 조건에서 300여 가지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약 44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시험동에서는 실차 거동 재현과 필드 환경을 반영한 차량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로봇시험실에 들어서자 로봇 팔이 실제 사람의 힘과 동일한 강도로 차 문을 여닫기를 반복하며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조향·현가 구역에서는 거대한 장비들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한쪽에는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동되는 로봇이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서스펜션을 반복해서 흔드는 서스펜션 내구성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상용차의 경우 승용차 대비 주행거리가 길어 시험 기간만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의 마지막 구역인 NVH 다이나모 무향실에서는 들어서자 1만 3000개의 흡음재로 빼곡히 둘러싸인 7.5m 높이의 방음벽이 눈에 들어왔다. 엔진 구동계 소음부터 실내외 소음까지 실제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소음을 평가하는 공간으로 수소전기 유니버스 소음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그다음으로 이동한 상용환경풍동실은 상용차의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하는 곳으로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의 수소전기 트럭이 비치돼 있었다. 이곳에선 친환경·내연기관 상용차의 냉각·열해·연비·냉시동·히터 및 에어컨·충방전·동력·모드 주행·배기가스인증 등 주행 환경을 연구 및 테스트한다.

풍동실 안에 발을 들이니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시험실 온도가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도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험실은 실내 온도를 40~60도까지, 습도를 5~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 가능하다.

환경풍동실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 성능 등 각종 성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00kW급 초고속 충전기 3대가 마련돼 있어 언제든지 혹서, 혹한의 상태에서의 배터리 충전 효율을 점검할 수 있다. 수소차의 연비를 중량법으로 시험 가능한 수소 공급 전용 설비도 마련돼 있었다.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희소성과 기술력 덕분에 국내 정부 부처·학계·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수많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연구·비즈니스 협업을 위해 계속해서 환경풍동실을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