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사고 치는 자율주행…"아직도 안전한지 모르겠다"

안전사고 발생 후 GM크루즈 대표 사임…적자 여전·구조조정도
밀리고 밀리는 현대차 '레벨3' 탑재…"속도조절에도 방향은 유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2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크루즈'가 신호를 어기고 교차로를 건너던 보행자 1명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차량에 깔린 여성을 구출하는 모습. 2023.10.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곧 눈 앞에 다가올 것만 같았던 자율주행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일까. 자율주행 개발을 시도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른 장애물에 부딪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M(제너럴모터스)의 자율주행 로봇택시 사업부 크루즈의 최고경영자(CEO) 카일 보그트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임했다. GM 크루즈가 지난달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으로부터 자율주행 택시 허가가 정지된 데 따른 것이다.

GM크루즈는 자율주행 택시가 구급차·소방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사례가 여러차례 발생했고, 지난달 2일(현지시간)에는 뺑소니 사고 후 도로에 쓰러져있던 보행자를 6m 가량 끌고 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GM크루즈는 해당 사건과 관련, 소프트웨어 결함 해결을 위해 차량 950대의 리콜을 진행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크루즈가 2030년까지 500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3분기에만 7억2800만달러의 손실을 봤고, 2017년 이후 8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는 중이다.

자율주행 사업에 난항을 겪는 것은 비단 GM뿐 아니다. 지난해 말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의 공동 투자를 받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는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폐업했다. 아르고AI는 구글 웨이모, GM 크루즈에 이은 자율주행 선두주자 업체였던 탓에 업계의 충격은 상당했다.

구글의 웨이모도 지난달 소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올해 들어 세번째 인력 감축이다. 앞선 두차례 구조조정에서 200명의 인원을 해고했다.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등 미국 자동차 관련 노조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안전 규제 당국에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 아마존의 죽스(Zoox) 등 자율주행 업계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개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현재 상태로는 안전을 유지할 수 없다"며 "다른 도로 사용자를 위협하지 않도록 연방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성수동 ‘기아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전시된 기아 EV9.(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3.5.4/뉴스1

현대자동차(005380)의 상황도 쉽지 않다.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 앱티브와 합작한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은 올해 3분기 누적 약 600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당초 지난해 말 제네시스 G90의 부분변경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레벨3 자율주행(양손을 놓고 주행이 가능한 수준)은 G90에서 한차례 밀려 기아 EV9 탑재로 계획됐지만, 이 또한 연기돼 언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도요타, BMW, 지리, 폭스바겐 등 4개 업체의 투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자율주행 부문 투자 비중은 2019년 49.3%에서 2020년 15.7%, 2021년 14.6%, 2022년 1.3%로 급락했다. 임 연구원은 "각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수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개발이 속도조절을 겪더라도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신재생에너지 활용 및 스마트그리드·인구 고령화 등의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선 자율주행이 필수다. 단순히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물류·농업·건설·관광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 발전도 가능하다.

특히 신냉전이라고 부를 만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과거 미국·소련의 우주기술 개발과 비슷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7월부터 도심 지역인 베이징에서 무인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시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GM 크루즈가 테슬라·웨이모 등과 무리한 경쟁으로 사고를 냈지만, 안전 문제로 주목을 받은 것일 뿐"이라며 "다른 업체들은 기술력이 있어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레벨3 이후부터는 사고 책임 문제가 제작사가 되면서 업체에서는 더 조심스러워진 부분이 있다. 법규의 미비도 해결이 돼야 할 것"이라고 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