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로퍼랑 차박"…그시절 아빠차, MZ세대 인스타서 뜨는 이유

레트로 감성, 자동차에도 스며들어…8090 올드카, MZ세대에 인기
정주영 포니·택시운전사 브리사까지 복원…전문가 "단순 SNS 과시용 아닌 경제적 가치도"

현대차 홈페이지 캡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올해 3월 전승민씨(27)는 지인의 소개로 1600만원에 갤로퍼를 구매했다. 전씨는 "리스토어(복원)된 갤로퍼에 대한 로망과 캠핑에 대한 관심으로 구매하게 됐다"며 "주로 노지캠핑 또는 드라이빙 용도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소형 차량 모닝도 소유하고 있지만 황금색으로 칠해진 갤로퍼는 황금마차의 줄임말 '황마'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부모님 세대가 몰던 올드카가 자녀인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부는 헤리티지 바람에 희소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맞물린 것이다.

3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등록된 1980~90년대 생산 올드카 중 가장 많은 매물이 등록된 차량은 현대자동차 갤로퍼다.

경주마가 전속력으로 질주한다는 뜻의 '갤로퍼'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 개발했다. 정 명예회장은 미쓰비시 자동차 파제로(1세대)를 기반으로 1991년 첫 생산에 성공했다.

엔카닷컴에 95년식 진주색 갤로퍼를 등록한 딜러 김여천씨는 "(구매자는) 대부분 소장용이나 1인 캠핑하는 분들"이라며 "3040세대가 캠핑을 하면 차가 많이 험해지니까 700만~1000만원대에 편하게 탈 수 있는 세컨드카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올린 갤로퍼는 공업사 대표인 아버지가 사용하다가 아들에게 물려줬고 아들이 리스토어한 후 소장하다 매물로 내놓은 사연이 있다.

일명 '각 그랜저'로 불리는 1세대 그랜저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1986년 처음 등장한 1세대 그랜저는 미쓰비시 데보네어(2세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1세대 그랜저 3.0 출시 가격은 2890만원으로 당시 서울 아파트값과 맞먹는다는 점에서 부의 상징이 됐다.

현대차 홈페이지 캡쳐

이처럼 레트로 열풍은 몇 년 사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았다. 2000년대 세기말 감성을 일컫는 Y2K부터 과거 상류층 패션을 상징하는 올드머니룩까지 복고는 MZ세대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그룹의 헤리티지 복원 프로젝트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005380)는 정주영 선대회장이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이어 기아(000270)도 배우 송강호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몰던 택시 '브리사'를 되살렸다.

각 그랜저·갤로퍼를 연상시키는 7세대 그랜저, 디 올 뉴 싼타페 등 헤리티지를 덧대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할아버지인 정 선대회장의 포니를 손자 정의선 회장의 아이오닉5이 잇는 것이 대표적이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장에 포니가 전시돼 있다. 2023.6.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업계는 올드카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누구나 살 수 있는 비싼 물건은 더는 MZ세대의 관심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는 인플루언서가 돼 SNS에서 돋보이는 것이 경제적인 가치로 환원된다"며 "올드카는 돈뿐만 아니라 그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식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갤로퍼 리스토어'를 검색하면 게시글 9771개가 나온다. 주로 입맛에 맞게 복원한 갤로퍼를 타고 캠핑을 다녀온 인증사진이다.

다만 지금은 개인이 직접 고치거나 중소업체를 통해 복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부품 수급처럼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올드카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이에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 '옛차'가 분사를 앞두고 있다. 옛차는 방송인 유재석이 출연하는 예능 '놀면뭐하니'에서 갤로퍼 복원에 참여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