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교통체증 스트레스 날려주는 오토파일럿…테슬라 모델 X
1억5천 플래그십 SUV…'팰컨 윙' 뒷문 스타일 '시선 집중'
슈퍼카 수준 주행 성능 불구하고 승차감은 아쉬워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5월의 어느 날 꽉 막힌 서울의 올림픽대로. 평소 같았으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뗐다 분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테슬라를 타고 '오토파일럿' 주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앞 차와 거리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 했다. 좌우 깜빡이만 켜면 상황을 판단해 알아서 차선도 변경했다.
처음 직접 경험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출퇴근 교통체증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오토파일럿은 모든 테슬라 차량에 기본으로 탑재됐으며, 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개선된다는 게 특징이다.
모델 X는 테슬라의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지난 3월 신형 모델로 출시했으며, 트림은 기본형과 플래드(Plaid) 두 가지다. 이 가운데 기본형 모델로 1박 2일간 시승했다.
신형 모델이지만 외관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3열 7인승 SUV로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익숙한 외관이지만 쉽게 볼 수 없는 '팰컨 윙' 도어 덕분에 순식간에 '인싸'로 등극한다. 실제 자녀 탑승을 위해 팰컨 윙을 열 때마다 주변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편으로 걱정도 됐다. 주차 칸 간격이 좁은 국내 주차장 여건상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시승차 운영 초기에는 사람을 치기도 했지만, 센서로 인식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뒷문에서 60㎝ 정도 떨어진 채로 팰컨 윙 도어를 열었지만, 다행히 부딪히진 않았다. 분명 염려스러운 부분이긴 한 것 같았다.
외관보다는 실내가 많이 바뀌었다. 세로로 길었던 스크린은 가로 형태로 바뀌었고 운전석과 조수석 방향으로 각도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기어 레버는 사라졌다. 스크린 화면 좌측 바에서 위아래로 밀어 전진과 후진을 변경한다.
방향 지시 레버도 없다. 핸들 좌측 터치 버튼으로 좌·우측 깜빡이를 켤 수 있다. 회생제동이나 다른 부분은 금방 적응했지만, 방향 지시등 버튼은 시승 내내 신경이 쓰였다.
글라스 루프는 여전히 쾌적한 개방감을 제공했지만, 뜨거운 여름에는 실내가 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상당수 테슬라 소유주는 틴팅을 더 진하게 하거나 선쉐이드를 추가로 설치한다. 통풍 시트와 콘솔 박스 정리함 등 국내 고객이 선호하는 부분은 개선됐다. 22개의 스피커로 채운 사운드 시스템은 부족함이 없었다.
이전 모델을 타 본 적이 없어 승차감 비교는 어렵지만, 1억5000만원 안팎의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아쉽다. 방지턱을 넘을 때나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 차량 움직임은 컸다. 풍절음 등도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주행 성능은 슈퍼카 수준이다. 도로 위에서 어떤 차를 만나도 지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듀얼 모터로 최대 출력 670마력(기본형 기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제로백) 약 3.9초다. 상위 트림인 플래드(3개의 전기모터 탑재)는 1020마력에 제로백은 2.6초에 불과하다. 편리한 오토파일럿은 다소 거칠었다. 차선 변경은 급하게 이뤄진 경우가 많았으며, 곡선의 램프 구간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빨리 달려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기도 했다.
시승 동안 다소 불편하고 낯설지만, 모델 X는 테슬라가 지향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했다. 일론 머스크로 대표되는 테슬라는 자동차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 전혀 달랐다. 최고의 품질로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수많은 운전자를 통해 학습하고 쌓은 데이터로 차를 더 발전시켰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이 분명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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