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형제들은 잘나가는데"…세단 존재감 약한 기아의 고민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기아의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쏘렌토가 지난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승용차 기준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오르며 '국민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5년 연속 1위를 지켜온 현대차 그랜저를 밀어낸 것으로 SUV 모델이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는 지난해 쏘렌토를 비롯해 카니발, 스포티지 등 세 모델을 베스트셀링카 5위권에 올리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흥행한 모델이 모두 SUV와 RV(레저용차량)이고 세단 모델은 없다는 점은 기아에 과제를 남겼다는 평이다.

10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기아의 쏘렌토(6만8220대), 카니발(5만7414대), 스포티지(5만5385대)는 판매량 1,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의 그랜저(6만4729대), 아반떼(5만7507대)는 2, 3위를 기록했다.

기아는 SUV 흥행에 힘입어 2년 연속 현대차를 제치고 국내 승용차 판매 1위를 달성했다. 1등 공신은 다양한 SUV 라인업이다. 기아는 니로와 셀토스 등 소형 SUV부터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 중형 SUV, 카니발 등 대형 RV까지 다양한 모델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1위 등극 이면에는 기아의 인기 모델이 SUV 등 이른바 '큰 차' 쪽에 몰려 있고 세단 모델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기아의 준대형 세단 K8은 지난해 4만5795대, 중형 세단 K5는 3만2467대, 준중형 세단 K3는 2만704대, 대형 세단 K9은 6446대 팔렸다. 판매량 순위로 보면 10위, 14위, 25위, 36위다. 적은 판매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5위권에 포진한 SUV 모델들에 비하면 존재감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9은 직접 몰아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차"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적은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인기 모델의 차종 범위가 비교적 넓은 편이다. 현대차의 세단 모델인 그랜저와 아반떼는 지난해 판매량 2, 3위에 올랐고,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4만8638대)는 7위를 기록했다. 경형 SUV 캐스퍼(4만8044대)도 8위에 오르며 10위권내에 안착했다.

업계에서는 기아 세단의 준수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SUV의 대명사'로 불리는 쏘렌토나 '대체불가 RV'로 꼽히는 카니발처럼 독보적인 이미지를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기아의 세단은 각 차의 차이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프리미엄 이미지 없이 'K시리즈'로 묶여 일반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기아도 결국 프리미엄 세단 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리미엄 세단은 SUV와 함께 자동차 기업의 영업이익을 책임지는, 소위 '비싸고 많이 남는' 모델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해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도 고수익으로 현대차의 실적을 방어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김 교수는 "프리미엄 세단이 잘 팔려야 점유율도 올라가고 영업이익률도 좋아진다"며 "기아가 세단 모델 판매실적이 왜 안 나오는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프리미엄 세단 모델을 통해 영업이익을 올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