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식 배터리 전기차 편할 것 같은데…국내 도입엔 "현실성 부족"

3분만에 교체·배터리 관리 용이하지만…배터리 표준화 주행거리 제한
中보다 작은 시장규모 경제성↓…"급속충전도 20분·미중 갈등도 걸려"

지난 9월 1일 서울 용산역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이다. 2022.9.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최근 전기 자동차시장에서 '교체식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교환 시간이 충전보다 빠르고, 먼저 도입한 중국에서도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내 업계에서는 표준화·시장규모 차이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중국처럼 교체식 배터리 전기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스왑핑의 우리나라 도입 검토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교체식 배터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터리 스왑핑은 배터리 교환소에서 충전된 배터리와 사용한 배터리를 교체하고, 이를 다시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가장 넓게 사용되는 충전 방식은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30분 내외가 걸리는데, 교체 방식은 2~3분이면 끝난다.

교체시설에서 배터리만 보관하면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해 배터리 수명에도 도움되고, 배터리 재충전의 경우도 전력 사용이 적은 야간을 활용하면 충전시 폭발 사고 등의 위험도 적다.

교체식 배터리 선두주자인 중국에서는 이미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배터리 교체식 전기차는 2025년까지 매년 86%씩 증가해 192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2019년 배터리 스왑핑 산업을 녹색 산업으로 지정하고 사업을 촉진하면서 시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희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표준화·효율화가 용이한 택시·버스 등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해 미비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신속한 사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교체식 배터리 전기차의 사업성을 오래전부터 연구했지만 표준화가 어렵고 중국과 시장 규모가 달라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글로벌 업체 중에서는 프랑스 르노, 미국 테슬라, 이스라엘 베터플레이스 등이 2010년대 초반 교체식 배터리 전기차 도입을 고민했지만 모두 사업화에 실패했다. 교체식으로 활용하려면 배터리가 표준화되어야 하는데, 표준화되면 주행거리 성능에 제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준수한 주행거리를 위해선 가능한 많은 용량의 배터리를 차체에 탑재해야 하는데, 표준화된 배터리로는 탑재 용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르노코리아(당시 르노삼성)는 2011년 산업연구원에 배터리 교체식 전기자동차에 대한 사업 타당성 분석을 맡겼고 충전식보다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역시 표준화로 인한 전기차 모델의 다양화 제약을 이유로 국내 도입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 규모도 다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은 규모의 경제가 있어서 가능한 부분이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단일 차종의 판매량이 십만대씩 되지 않아 도입이 어렵다"며 "배터리 교환 방식이 전 차종에 통일되지 않는 한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상용차 도입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 제주도에서는 배터리 교환형 전기버스 상용화를 시도했지만, 배터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년여만에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버스 배터리는 버스 상부에 올린다. 1.5톤 정도 되는 배터리를 교환하는데 위험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2011년 산업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전기차 충전이 15분 수준으로 줄어들면 충전 차량이 경제성을 갖는다고 봤는데, 현재 급속 충전기를 활용하면 20분이면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0~400㎞ 내외여서 일주일에 한두번 충전하면 되는 수준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리 교환식으로 하면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 배터리 업체도 소비자도 좋지만, 이제와서 얘기하기에는 늦었다"며 "지금 교체식 배터리를 도입하면 인프라를 구축한 중국이 혜택을 가져간다. 미중 무역 갈등 상황에서 가급적 중국 전기차를 들여오는 걸 자제하고 있는데, 그런 문제도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