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쿠페에 각그랜저, 갤로퍼까지…헤리티지 강조하는 현대차

거장 주지아로 초청 포니 쿠페 부활 프로젝트…과거 디자인 접목 늘어
판매량·고급화·전동화 글로벌 수준…헤리티지 강조할 만큼 역사도 누적

현대자동차는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디자인 토크 행사를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공개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왼쪽부터),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2022.11.24/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포니, 각 그랜저, 갤로퍼'

현대자동차가 최근 과거의 유산(헤리티지)을 복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첫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의 부활을 시도하고, 완전변경(풀체인지)되는 차종에 과거의 형상을 덧입히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포니의 2도어 모델 '포니 쿠페'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974년 포니와 함께 선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는 채산성 등의 문제로 양산하진 않았지만,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 24일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맡았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초대해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포니 떠올리기'는 신기술 적용에서도 이어졌다. 현대차는 지난 7월 고성능 브랜드 N의 콘셉트카 현대 N 비전 74을 공개했다. 포니 쿠페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아 제작된 콘셉트카로 모터스포츠를 지향하는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주행 가능한 연구 모델)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첫 양산 모델인 아이오닉5의 디자인도 포니를 오마주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달 출시된 7세대 그랜저도 1세대 그랜저의 별명인 '각 그랜저'를 연상시킨다는 평이 많다. 1986년 출시된 1세대 그랜저의 직선 이미지에 수평형 램프 디자인 등 현대적인 요소가 섞였다. 기존 6세대 모델 계약 고객 중 전환 계약을 포함해 출시 당일 이미 10만9000여명이 신차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내년에 나오는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도 과거 '갤로퍼' 디자인을 잇는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8월18일 'GALLOPER'(갤로퍼)를 상표 출원했는데, 이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갤로퍼는 현대차의 첫 SUV 모델로 남성적인 디자인의 오프로드 전용 차량의 대명사다.

1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디 올 뉴 그랜저 온라인 컨퍼런스 및 실차 전시’ 행사에 7세대 그랜저가 전시돼 있다. 2022.11.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현대차가 이처럼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도전자 입장이던 과거와 달리 이미 글로벌 업체로 위상이 올라섰고, 과거를 강조할 만큼 업력이 쌓였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반기(1~6개월) 기준 글로벌 판매량 329만9000대를 기록해 일본 도요타그룹 513만8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 400만6000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판매량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한 고급화에도 성공했고, 전기 자동차 시장의 '퍼스트무버'로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북미 올해의 차(NACTOY)'와 '유럽 올해의 차'를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꼽는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GV60, 기아 EV6는 '북미 올해의 차'에, 기아 니로는 '2023 유럽 올해의 차'에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1967년 포드와 합작 회사로 처음 세워져 이미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모체인 현대자동차공업사(1946년)·현대토건사(1947년)를 기준으로 하면 역사는 80년 가까이 된다.

권용주 국민대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100년이 넘는 유럽·미국의 자동차 회사와 비교하면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현대차도 사람 나이로 환갑에 가까운 시기"라며 "이제는 헤리지티를 강조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트로 개념에 맞게 현대차도 과거 헤리티지를 근거로 지금 수준의 현대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포니를 미래지향적으로 재구성한 아이오닉5처럼 적재적소에 적용하면 의미있을 것"이라고 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