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할부금리' 중고차시장 침체 가시권…신차 계약 취소도
車할부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신차계약 취소도 '부익부 빈익빈'
중고차 시세 하락…매물까지 없어지면서 시름 깊어져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할부가 매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동차 시장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할부 금리가 오르면서 완성차업체들은 수백만대에 이르는 신차 백오더 물량 중 계약취소가 쏟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신차보다 경기에 더 민감한 중고차 시장에서는 이미 수요 감소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 금리는 최근 평균 6~7%에 육박하고 있다. 중고차의 경우 케이카캐피탈 금리가 12.9%에 이르는 등 금리가 이미 10%를 넘길 정도로 치솟았다.
자동차 할부 금리는 변동 금리가 아닌 고정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높은 수준의 금리가 책정된다. 자동차 할부계약은 통상 2~3년에 걸쳐 장기간 갚는 형태로 이뤄져, 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당장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신차의 경우 백오더 물량이 수백만대에 이르고 있어 내년까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백오더 물량은 100만대, 기아의 백오더는 120만대에 달한다.
다만 비싼차 계약은 유지되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자동차 계약만 취소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형SUV 현대 캐스퍼의 경우 계약취소가 쏟아지면서 재고가 1000대 가까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싼 인기 모델은 취소가 많지 않고, 설령 취소 물량이 나오더라도 다음 대기 수요가 있어 문제가 없다"며 "반면 서민들이 많이 사는 저렴한 모델은 앞으로 취소물량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은 신차 보다 타격이 더 크다.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경기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높아진 물가과 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약화되면서 한때 신차보다 비쌀 정도로 가격이 올랐던 중고차들은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케이카에 따르면 BMW X5 중고차 시세는 10월 9950만원에서 11월에는 9100만원으로 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는 3422만원에서 3250만원으로, 쏘렌토 하이브리드 4세대는 3939만원에서 3889만원으로 떨어졌다. 케이카는 테슬라 모델X 등 전기차 인기 모델들의 시세도 1.2%~4.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중고차는 매입이 중요한데, 소비자들이 신차 구입을 하지 않으면서 매물이 줄었다"며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매입 기능도 떨어지면서 사이클이 느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중고차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고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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