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이어 벤츠도 꺼내든 '구독'…SDV시대 새 수입원? 또 카플레이션?
벤츠, 美서 가속 성능 구독 서비스…양산 힘든 기능 원가↓·꾸준한 수익
현대차도 "수익구조 새롭게 전환"…소비자 불만은 장애물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수입원일까. 또 다른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의 하나일까. 최근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구독' 바람이 불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결제하면 자동차의 특정 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구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연간 1200달러(약 160만원)를 내면 가속력이 향상되는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현재는 북미 시장에 출시 중인 전기차 모델 EQE 350 4MATIC, EQE SUV 350 4MATIC, EQS 450 4MATIC, EQS SUV 450 4MATIC 등에 적용되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서비스를 적용하면 제로백(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초 가량 빨라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3월 유럽에 출시되는 EQS를 대상으로 후륜 조향 구독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연간 489유로(약 68만원)를 내면 뒷바퀴 회전이 기본 4.5도에서 10도까지 늘어난다.
앞서 BMW는 지난 7월 2만원 안팎의 열선 시트·열선 핸들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가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테슬라는 이미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풀 셀프 드라이빙(FSD)을 유료로 판매 중이다. 월간으로는 199달러(약 27만원)를 내야 하고 평생 이용을 원하면 1만5000달러(약 20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신규 수익 창출을 선언했던 제너럴모터스(GM)는 반자율주행기능 울트라크루즈를 구독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볼보 역시 레벨3 자율주행기능인 라이드 파일럿 서비스를 구독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구독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향후 자동차 시장이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될 경우 꾸준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동차 계약에 맞춰서 옵션 부품을 집어넣었지만,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출고되는 모든 차량에 하드웨어가 기본 장착돼야 한다. 이로 인해 옵션을 적용하지 않은 이른바 '깡통차' 기준으로는 원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대량 생산으로 옵션을 많이 넣어야 했던 모델에서는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신 꾸준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유승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9월 자동차공학회 기고문에서 "소프트웨어 구독이 활성화된다면 과거에는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해 양산 적용이 힘들었을 기능들이 구독 시장에 출시될 수 있어 선택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산업동향보고서에서 각종 차량 구독 서비스의 채택율이 30%까지 늘어난다면 연간 서비스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1180억달러(약 158조)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10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중심의 자동차(SDV)로 대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SDV의 구독형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서비스 매출이 증가하고, 신규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기업의 수익 구조가 새롭게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독서비스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표정은 좋지 않다. 최근 반도체 부족 등 공급난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연식 변경만 해도 차량 가격이 오를 정도로 카플레이션을 겪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구독 서비스로 가격을 또 올린다고 보는 것이다.
전기차 관련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구독 서비스와 관련해 "빨대 꼽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기능은 넣고 돈을 안내면 쓰지 못하게 막아놓으니 더 화가 나는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현대차그룹도 조심스럽다. 안형기 현대차그룹 전자개발실 상무는 SDV 비전 발표 자리에서 "구독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혜택을 줄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도 "다른 브랜드에서 구독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려다 논란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적용시기나 범위는 확정되면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구독서비스는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사용못하게 하는 것은 조금 얄팍한 수가 될 수 있다. 일정 기간 후 어느정도 금액을 내면 구독 기간 전체를 풀어주는 등의 고객 편의를 위한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hj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