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판매량 늘어도 꿈쩍않는 출고대기기간…고금리에 출고포기도 는다
현대차·기아, 일부 모델만 납기 줄어…더 늘어나거나 전달과 같아
"수요 적체 해소엔 아직 역부족"…할부금리↑·경기침체에 소비위축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며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국내외 판매량이 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늘었다. 그런데도 1년을 훌쩍 넘어선 인기 모델의 신차 출고까지 대기 기간은 꿈쩍도 않는 모습이다. 일부 인기 모델의 경우 오히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난이 해소되고는 있으나 수백만대에 달하는 백오더를 소화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온다. 또 달러 강세를 감안해 완성차업체들이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모델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다 고금리 현상에 자동차 할부금리마저 높아지자 신차 출고를 포기하는 이들도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초 딜러들에게 고객 안내를 위한 납기표를 제공했다. 납기표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여전히 인기 모델의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은 1년을 넘어선다. 일부 모델의 경우 최대 2년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하는 차종 중 전달 대비 납기가 줄어든 모델은 일부에 불과하다. 현대차에서는 △제네시스 G70 6개월→4개월 △G80 일렉트리파이 7개월→5개월 △싼타페 가솔린 12개월→10개월 △GV80 디젤 3.0 16개월→14개월 △싼타페 디젤 11개월→10개월 △넥쏘 2.5개월→2개월 △G90 세단 4.5개월→4개월로 납기가 줄었다.
기아에서는 △스포티지 디젤 15개월→12개월 △니로플러스 업무용 10개월→7개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18개월→16개월 △K8 LPi 9개월→8개월 △쏘렌토 가솔린 11개월→10개월 △니로 하이브리드 8개월→7개월 △니로 EV 11개월→10개월 △스팅어 6~7주→5~6주 △모닝 2개월→5~6주 등이다.
반면 K3는 전달 4개월에서 7개월로 3개월이나 납기가 길어졌다. K5 1.6 가솔린 모델도 7개월에서 10개월로, 셀토스 2.0 가솔린도 6개월에서 9개월로, 봉고EV도 7개월에서 10개월로 늘었다. 이밖에 △GV80 3.5 가솔린 24개월→26개월 △셀토스 1.6 가솔린 8개월→10개월 △GV70 15개월→16개월 △스포티지 Lpi 10개월→12개월 △베뉴 원톤 12개월→15개월로 증가했다. 전달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6개월이었던 팰리세이드는 이달 선루프(지붕창)를 장착할 경우 납기가 한 달 늘어난다.
GV80 2.5 가솔린의 대기 기간은 여전히 30개월을 넘는다. 아이오닉5 12개월, 아이오닉6 18개월, EV6 14개월 이상, 싼타페 하이브리드 24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 18개월 이상 등 인기 차종 대부분의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은 전달과 같다.
이는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 등의 국내외 완성차 판매량(64만5239대)이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보통 완성차 판매량이 늘어나면 신차 출고 대기 기간 단축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난이 하반기 들어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아직 더디고, 그동안 쌓인 수요 적체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분석한다. 3분기 말 기준 현대차의 글로벌 백오더는 100만대, 기아의 글로벌 백오더는 120만대 수준이다.
신차 대기 기간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금리에 할부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신차 출고를 포기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할부 금리는 보통 출고 시점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최근 할부 금리는 7%대까지 올랐다. 전날 현대차 홈페이지를 통해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견적(36개월 할부 기준)을 내자 할부 상품에 따라 금리는 6.7~7.4%에 달했다.
지난 2월 제네시스 GV70을 계약한 A씨는 "올해 안에 출고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년 개소세 인상, 연식변경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결국 신차 출고를 취소했다"고 했다.
쏘렌토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B씨도 "1년 전 차를 계약할 때만 하더라도 할부금리가 3%대였는데, 최근 6%대를 넘어섰다"며 "대기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할부금리도 자동으로 올라가는 상황으로,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고려해 차 구입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최근 수입차 계약을 취소했다는 C씨는 "최근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아 기다리던 신차 출고를 취소했다"며 "현금 확보가 우선인 상황에 자동차 구입이 크게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을 넘어가는 가운데 최근 자동차 할부 금리마저 덩달아 오르면서 신차 출고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경기침체와 고금리 현상이 지속될수록 수천만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구매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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