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소유'→'이동수단' 빠르게 인식 변화…렌터카업계 '플랫폼 진화'

[렌터카 100만대 시대] 원하는 車 빌려타는 개인 수요 크게 늘어
단순히 車빌려주는 개념에서 차량관리 등 종합 솔루션 제공 탈바꿈

(롯데렌터카 제공)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1980년 태동한 국내 렌터카 시장이 '연간 100만대' 시대를 맞았다. 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이동수단'으로 변하고 전세계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기 신차 출고 기간이 2년을 훌쩍 넘기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렌터카로 쏠리고 있다.

렌터카 시장의 연간 규모가 100만대를 넘어선 것은 무엇보다 실용적 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천만원을 지불하고 차량을 구매하는 것보다 원하는 차량을 필요할 때 빌려타는 것을 선호하는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렌터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며 이른바 '웃음 번호판'이라고 불리던 '허-하-호' 렌터카를 기피하던 시선이 사라졌다"고 했다.

렌터카 업계도 고객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상품들을 잇따라 출시하며 플랫폼 다변화에 나서는 등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차를 빌려주던 개념에서 차량의 관리 등 종합 솔루션 제공 체제로 탈바꿈했다.

◇ 車 개념 '소유'→'이동수단'…렌터카 법인→개인, 단기→장기

18일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인가 대수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 렌터카 인가 대수는 119만4606대를 기록했다. 불과 10년 전인 2011년 28만8634대의 3배 넘는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인 지난 3년간 렌터카 시장은 급성장했다. 연간 인가 대수는 2018년 85만3000대에서 무려 40% 이상 증가했다.

렌터카에 대한 인식 변화로 개인 수요층 비중도 늘고 있다. 롯데렌탈에 따르면 전체 렌터카 계약 중 법인 비중은 2019년 61%에서 올해 2분기 54%로 낮아진 반면 개인 비중은 같은 기간 39%에서 46%로 높아졌다.

장기 렌터카 비중도 상승했다.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월 렌터료만 내면 보험금 및 세금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이 부각되면서 개인들의 선택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몇해 전만 하더라도 렌터카의 주요 고객층은 법인이었으나 공유경제와 편의성 인식이 커지면서 장기 렌터카 개인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완성차 생산 차질도 이런 흐름에 한몫했다. 인기 차종 출고 대기 기간이 1년을 넘기자 그 대안으로 렌터카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 등 렌터카 업체들은 고객이 선호하는 옵션의 차량을 미리 확보하고 빠르면 하루만에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고 있다.

코로나19발(發) 수혜는 단기 렌터카 시장에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 여행지로 몰리자 단기렌터카 이용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국내 최대 여행지인 제주도가 대표적이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100여개의 크고 작은 렌터카업체들이 성업 중이며 3만여대의 렌터카가 운용되고 있다. 제주도 최대 단기렌털 사업자(3000여대)인 SK렌터카의 올해 2분기 제주지역 단기 렌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SK렌터카 제공)

◇ '단순히 차 빌려주는 시대는 끝났다'…차량 관리 등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

국내 렌터카 시장의 양대 축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고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플랫폼과 온라인 영역을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차를 빌려주던 개념에서 차량의 관리 등 종합 솔루션 제공 체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롯데렌탈은 장기렌터카 고객의 니즈를 세세하게 반영한 'My상품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전기차 고객을 대상으로 한 'EV 퍼펙트 플랜', 24시간 비대면으로 무인 대여와 반납이 가능한 '스마트 키박스' 등을 운영 중이다. 롯데렌탈의 신차 장기렌터카 계약에서 온라인 비중은 2018년 27%에서 2020년 35%, 2021년 39%로 높아졌다.

롯데렌탈은 최근 'Future Mobility, Connects Our Life'라는 2030년 신규 비전을 수립하고 향후 모빌리티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자율주행, 연결성, 전동화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목적 기반형 헤일링 사업과 주차·충전·정비·세차 등 오프라인 서비스의 온라인 서비스로 연결, 전기차 밸류체인 강화 등에 나선다. 또 2025년까지 롯데그룹 계열사 및 거점과 연계해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고 2030년까지 쇼핑, 외식,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타사 중개 서비스를 확장해 '생활 플랫폼형 수퍼 앱'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SK렌터카는 홈페이지에서 렌터카 재고를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당일 배송과 빠른 배송 등 'SK렌터카 다이렉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출시 1년 만에 방문자 560만명을 기록했다.

SK렌터카는 또 탄만큼 요금을 내는 '타고페이', 잘 관리된 중고차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중고차 장기렌트' 등 고객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아울러 차량 관리 앱인 '스마트 케어'와 차량 내 설치된 전용 단말기를 통해 수집한 실시간 정보에 기반한 '차량관리', 모바일 앱을 통해 편리하게 회사차를 이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 등 플랫폼도 다양화했다.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이 25만9663대로 21.7%, SK렌터카가 20만9574대로 17.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15만3723대(12.9%)로 3위다.

렌터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렌터카 업체들의 실적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렌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53.4% 증가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 매출도 2조4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고, 매출액은 1조1971억원으로 10% 넘게 늘었다.

SK렌터카의 지난해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68억원, 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11.7%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6099억원, 501억원으로 21%, 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로 렌터카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렌터카 사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고객의 눈높이를 미리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