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콘셉트카' 위상…보여주기 아니다 진짜 나온다
'프로페시' 살린 아이오닉6 인기↑…제작기술 발달에 '프리뷰' 버전
미래차 시장, 도전적 디자인 가능…아이오닉7·EV9·제네시스X 기대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과거 콘셉트카는 디자인 역량에만 집중해 그대로 상용화하기는 어려운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소비자 반응이 좋았던 콘셉트카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출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현대자동차 첫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의 사전계약 첫날(8월 22일) 계약 대수는 3만7446대로 첫날 계약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 기록은 아이오닉5의 2만3760대였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아이오닉6의 독특한 유선형 디자인이 주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국산 전기차 중 세단 형태의 첫 전기차, 롱레인지 모델 기준 524㎞에 달하는 긴 1회 충전 거리도 한몫했다.
아이오닉6의 디자인은 지난 2020년3월에 처음 선보인 콘셉트카 '프로페시'가 모태다. 프로페시는 한국차 최초로 '2020 레드닷 어워드'에서 디자인 콘셉트 분야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레드닷 어워드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다. 아이오닉5도 지난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45를 거의 그대로 닮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이오닉6 디자인이 콘셉트카 그대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디자인을 위한 기술이 완벽하게 세팅됐다는 증거고, 이런 디자인 요소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봤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콘셉트카는 주로 모터쇼에 출품돼 '우리 회사의 디자인 역량은 이 정도다'를 보여주는 도구였다. 디자인에 집중한 탓에 공기 역학·주행 환경 등 공학적인 부분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자동차 금형·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콘셉트카도 완성차에 가까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고, 콘셉트카를 향후 출시할 차량의 '프리뷰'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자동차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이전에는 과하게 미래적·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도 전기차 등에 적용하면 오히려 통하는 상황이다.
노재승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디자인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콘셉트카를 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들이 콘셉트카로 소비자 의중을 파악하고 있다. 콘셉트카의 반응이 좋다면 해당 디자인을 바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형 SUV 강자인 기아 셀토스는 2018년 뉴델리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SP를 똑같이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지난 5월 팰리세이드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현대차가 2018년 공개한 준대형 SUV 콘셉트카 그랜드마스터의 얼굴을 그대로 따랐다. 더 넓어진 팰리세이드의 캐스케이드 그릴을 본 소비자들은 "식스팩 같다"는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LA모터쇼에서 준대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7의 근간이 되는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했고, 지난 7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국내에도 처음 선보였다. 부산모터쇼에서는 기아의 EV9 콘셉트카 모델도 공개됐는데, 현장의 취재진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제네시스도 부산모터쇼에서 '엑스(X) 스피디움 쿠페'를 선보였고,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자동차 축제 '몬터레이 카 위크'에서 콘셉트카 실내를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출시 전부터 콘셉트카로 관심 받고 있는 모델들은 향후 상용화하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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