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공급 중단은 언제?…완성차 업체들 복잡한 속내

EU 이어 美캘리포니아주도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전기차 선두 테슬라는 호재…전동화 늦은 독일, 일본 기업은 고민

(자료사진)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 글로벌 최우선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자동차업계에서도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완성차 업체들은 특정 시점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만 출시하겠다며 속속 전동화를 선언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 공급 중단 시점에 대해서는 못박지 않는 등 속내가 복잡한 모습이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100%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산화탄소 배출 성능 표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EU 회원국에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금지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최근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결정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2026년 35%, 2030년 68% 등으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2035년까지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내 가장 큰 자동차시장인 캘리포니아주의 결정은 곧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규모의 자동차 시장이다. 중국의 경우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휴양섬 하이난이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 외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 내연기관 종식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다.

내연기관의 빠른 종식은 테슬라와 같은 선두 전기차 기업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말까지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 차량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반면 전기차 개발 속도가 빠르지 않은 일본이나 독일 완성차업체들은 전동화 계획을 밝히면서도 내연기관 종식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최근 열린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더 뉴 아우디 Q4 e-트론40 출시 행사에서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공급 중단은 결정된 바가 없다"며 "2026년부터 글로벌 런칭 신차는 전부 전기차가 될 예정이지만, 아직 내연기관 엔진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가 있는 한 차량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라리는 2025년 첫번째 순수전기차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병행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페라리 케피탈 데이' 행사에서 "2030년에는 전체출고차의 40%를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다 전동화가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기업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는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세계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에서 나란히 최하위권에 올랐다. 토요타는 지난해 전체 판매차량 중 전기차 비율이 0.18%에 불과했고, 혼다와 닛산도 각 0.35%, 2.2%에 그쳤다.

토요타는 7300억엔(약 7조211억)을 투자해 미국과 일본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영국이 2030년부터 하이브리드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자 현지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며 대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나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하더라도 아직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이 남아있고 미국의 나머지 주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며 "전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으나, 2040년 내연기관 종식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던 자동차 업계가 반발하면서 시점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흐지부지된 상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내연기관 모델을 최대한 길게 파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자동차사업의 특성상 결국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전동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차는 중국 시장에서 이미 밀려난 상황이고, 결국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수출을 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도 만들고 내연기관차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에 따라 전기차 쪽으로 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