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해치백 왜건인데 리터당 19.8km…연비 괴물 푸조308

연비·적재공간·승차감 '3박자'...공인연비 16km인데 과격 주행 후에도 19.8km 기록
왜건형 해치백 모델로 트렁크 기본 660리터...스티어링휠 및 차세제어도 합격점

푸조 뉴 308 1.6과 뉴 308SW 1.6(한불모터스 제공)ⓒ News1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푸조 '308'은 수입 해치백 시장에서 폭스바겐 '골프'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차량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2014 제네바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됐을 만큼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모델이다. 국내 시장에는 지난해 2.0 디젤엔진을 얹은 모델이 먼저 출시됐고, 최근 1.6 디젤엔진 모델까지 추가됐다.

푸조 308 1.6은 해치백 모델과 스테이션 왜건 등 2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됐다. 해치백 모델은 골프 1.6 모델과 경쟁을 펼치고, 스테이션 왜건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과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푸조 308 1.6은 '울컥'거리는 변속 충격으로 지적을 받아온 'MCP'변속기 대신 새로운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이를 통해 승차감과 연비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17일 푸조 308SW 1.6 알뤼르 모델을 타고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아난티 클럽서울'을 출발해 양서문화체육공원을 다녀오는 왕복 100km 거리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코스는 차량의 핸들링과 서스펜션을 알아볼 수 있는 '와인딩(구불구불한)'코스와 가혹한 주행환경에서의 연비를 알아볼 수 있는 언덕길로 구성됐다.

308SW 1.6은 유럽 스타일의 스테이션 왜건이다. 스테이션 왜건이란 세단의 지붕이 트렁크 윗부분까지 뻗어있고, 트렁크 문이 뒷유리와 함께 열리는 차량을 말한다. 해치백보다 휠베이스(축거)가 길어서 고속 안정성이 높고, 넓은 적재공간이 제공된다. 하지만 세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308SW 1.6의 전면부는 해치백 모델과 동일하다. 이전 세대까지 푸조 차량들은 다소 과한 느낌의 디자인이 적용돼 대중성이 떨어졌다. 뉴 푸조 308부터 달라진 전면부는 깔끔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헤드라이트, 라디에이터그릴, 푸조의 '사자' 마크, 앞범퍼 등이 적당한 크기로 균형있게 배치돼 단단한 느낌을 전했다.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지만 최고급 트림인 '펠린'에는 62개의 LED 램프가 헤드라이트에 장착돼 있다.

푸조 뉴 308SW 1.6(한불모터스 제공)ⓒ News1

옆모습은 C세그먼트(준중형차급) 해치백에서 꼬리가 길어진 형태다. 기존 308SW가 자랑하던 유선형의 모습에서 균형미가 보완됐다. 다른 스테이션 왜건들은 엉덩이가 무거워 보이지만, 308SW 1.6의 경우 안정감 있는 디자인이다. 뒷모습은 빨간 후미등만 눈에 들어오는 단순한 디자인이다. 지나치게 단순하다보니 심심해보였다. 좀 더 멋을 부렸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308SW 1.6은 전장이 4585mm로 해치백(4255mm)보다 330mm 가량 길다. 휠베이스도 해치백(2620mm)보다 110mm 긴 2730mm이다. 전폭(1805mm)이나 전고(1470mm)는 해치백과 같다. 차체가 전반적으로 길어진 만큼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기본적으로 660리터의 용량이 제공되고, 2열시트를 접으면 최대 1775리터까지 공간이 확보된다. 기본 용량만으로 따졌을 때 콤팩트SUV인 티구안(470리터), 캐시카이(430리터), 올뉴 투싼(523리터) 등보다 더 크다.

트렁크 뿐 아니라 실내에도 다양한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우선 1열의 탑승자 공간에는 총 24리터 크기의 수납 공간이 제공된다. 이 중 12리터의 냉장 글로브박스와 1.5리터 물병도 수납할 수 있는 전면 도어 트레이(앞문에 있는 수납공간)는 실용성이 뛰어나다. 뒷좌석의 경우 500ml 물병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양쪽 문에 장착돼 있다. 1열시트 뒷부분에도 간단한 서류를 수납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자리잡고 있다.

운전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티어링휠(운전대)이다. 작은 크기 때문이다. 308SW 1.6의 스티어링휠은 다른 준중형차의 스티어링휠보다 15% 이상 작다. 덕분에 조작이 수월하고,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를 비롯한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은 단순함의 극치다. 오디오나 공조장치 버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9.7인치 LCD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공조장치, 인포테인먼트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다만 운전 중에는 터치스크린 조작이 버튼보다 불편하게 느껴졌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308SW 1.6의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은 푸조의 새로운 디젤 엔진 1.6 BlueHDi와 6단 자동변속기 'EAT6'로 구성됐다. 엔진은 배기가스배출 규제 '유로6'를 충족하고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 등의 힘을 낸다. 특히 최대토크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엔진 회전 구간(1750rpm)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도심에서도 시원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변속기 전문기업 '아이신'이 개발한 EAT6 변속기는 기존 수동 기반의 MCP 변속기 못지않은 연료효율성을 내면서도 변속충격을 최소화시켰다. 308SW 1.6의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16.2km/l다.

푸조 뉴 308SW 1.6 인테리어(한불모터스 제공)ⓒ News1

308SW 1.6은 시속 60km 이하의 저속 주행에서 가솔린차 못지 않은 정숙성을 제공했다. 서스펜션은 적당히 무르게 세팅돼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게 지날 수 있었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약간의 쏠림현상이 있었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배기량이 1600cc에 불과하지만 토크가 높다보니 높은 언덕구간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시속 80km까지 속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고속주행 구간에서는 308SW 1.6에 장착된 '다이나믹 스포츠모드'를 시험해봤다. 기어박스에 설치된 스포츠모드 버튼을 약 2초간 누르면 좀 더 높은 RPM에서 변속을 해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또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가상의 엔진음을 만들어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실제 주행에서는 벤츠 AMG 모델을 닮은 엔진음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졌다. 주행감각과 엔진음 간의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는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와인딩코스에서는 기대 이상의 주행이 가능했다. 뒷부분이 긴 스테이션 왜건 모델이고 서스펜션도 약간 무른 편이라 급선회 구간에서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지능형 트랙션콘트롤이 차량의 자세를 잘 잡아줬다. 스티어링휠을 크게 꺽었을 때도 전자제어장치들이 개입해서 회전 구간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또 작은 스티어링휠 덕분에 와인딩 코스에서 미세한 조작이 가능해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얻은 연비는 19.8km/l다.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높기로 유명한 푸조이지만, 이번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언덕길, 와인딩코스 등이 시승코스의 60%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큰 차체를 싫어하면서 실용적인 차량을 원한다면 308SW 1.6이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국내 판매 가격은 33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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